누군가를 평가하다

평가의 책임

by Bird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른 계열사에서

파견 온 분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조언 아닌 조언을 일삼았다


왜냐하면 그 얘기들의 책임을 지지 않고

방관자적인 태도와 비상주 인원으로서

프로젝트의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 없는 위치였기에

또한 그에게는 프로젝트의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


그 사람에 대한 평가 요청이 나에게 왔다

사실 그대로를 말할 것인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고 판단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말한 것인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게 어려운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채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나 조차도 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무시해 버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이 되어봤다


뭔가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어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 상주하고

중요한 회의나 결정들은 공유되지 않은 채

또한 프로젝트 관련된 문건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닐까?

그 상황에 놓여있는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현재의 내 상황도

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진대

그 사람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주체적이고 책임을 지며

일을 하려면 일단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그 상황 속에선 어느 누구도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다


하지만 상황 탓만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이 조직이 갖고 있는 폐쇄적인 환경을

바꿀 수 없기에 그냥 머무르고 견디고 버티는 것이 아닐까?

그런 환경과 상황 속에서 주체적이길 바란다는 건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작년에 나 또한 프로젝트에 파견되어

일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난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프로젝트를 리딩 했다


잘 모르겠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할수록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덫이 된다

하지만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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