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닌다는 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무능한 박사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조기졸업)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박사과정 8년
자신의 삶에서 25년 이란 시간을 공부에 투자를 했다
그가 프로젝트 수행 시 무능해 보이는 건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에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환경에
그는 적합하지 않다
그 이유는 그는 25년을 공부를 했다
25년을 공부만 했다는 의미는
자신을 가르치는 스승에게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학업 성취도를 증명하기 위해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틀 안에 자신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스승의 의중과 취향을 존중해 그의 생각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없는 치명적인 환경이다
버티는 힘을 기를 수는 있어도 공격성은 0인 삶을 살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장에서 칼을 써본 경험도 없고 피를 묻혀본 적도 흙을 묻혀본 적도 없는 선비인 것이다
정년까지 3년 남은 품위 유지형 차장
그는 약간의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피 끓는 청춘과 자신의 삶에서 대부분을 보내는
그곳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일에 대한 의미를 잊게 만들고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행할 동력 자체가 소멸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내가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일을 해야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명제가 너무나도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프로젝트의 치열한 전장 속에서 칼을 휘두르며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피 묻히고 흙 묻히고 때론 누군가 던지는 똥까지 맞아가며 살아왔다
그리고 일을 잘하기 때문에 이직 시장에서도 찾아주는 이도 많고 현재 소속된 직장에서도 굵직하고 중요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 회사에서 대학원 학비를 지원받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
결국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나를 찾는 과정이며 내 안의 당위성을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