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ho Jan 22. 2024

#78. 2년만의 신혼여행10

101번 글쓰기

A Coruña v2


#산티아고에서 라코루냐 가는 열차

산티아고에서 탑승한 열차는 라코루냐 가는 길 내내 목가적인 풍경을 제공해줬다. 탁 트인 평원은 아니었지만 나무가 우거진 농장지대를 지났고, 간헐적으로 위치한 목장주들의 집들이 보였다. 상당히 넒은 공터에 가득찬 푸른 잡풀들과 그것들을 마구 먹어치워 대는 말과 소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관령에서는 봄직한 그것들이 열차가 가는 길목 양 옆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 야말로 목가적이었다.


라 코루냐 가는 열차 타임랩스


#파도까지 웅장한 도시

1900년이 넘은 탑, 로마 전성기에 세워진 탑, 55m(아파트 16층 높이)의 탑,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탑 등 무수히 많은 태그가 붙는 이 탑은 생김새는 커다란 코뿔소를 연상 시켰다. 듬직하고, 견고하며 위협적인 뾰족함을 자아냈다.


강원도의 앞 바다인 동해도 수심이 깊고 드 넓기로 유명하지만 걸리는 것 없는 대양은 아니기에 뭔가 기세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라 코루냐의 앞 바다인 대서양은 하다 못해 파도마저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온 파도 길래 이래도 거세게 해안을 치대는지 알 수 없었지만 파도에서도 기세가 느껴졌다.


그런 바다를 맞서 입수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파도 따위를 시원한 무언가로 활용하는 용감한 행락객들도 있었다. 바다가 드센 만큼 여기 사는 사람들도 그에 못지 않게 강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들은 대서양의 영향 탓인지 거침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대서양을 즐기는 듯 보였다.





#헤라클래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탑

2900년 전 로마인들이 세웠다는 이 탑은 일부 보수공사를 제외하고 원형 거의 그대로로 몇 세기를 서있다고 한다. 드세 대서양의 바람과 파도 따위는 단숨에 튕겨 내는 위용이었다. 무생물인 탑일 뿐인데 한 마리 용인 듯 한 마리 사자 인듯 용감하게 자세를 잡은 모습처럼 보였다.


라 코루냐의 가장 북쪽에서 위용을 드러내며 서 있는 이 탑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였고, 올라가고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라 코루냐 역에서 부터 도심을 거의 걸어 통과해서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래서 올라가는 사람들을 밑에서 쳐다만 봤다. 올라가는 사람 중 간혹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둘이서 한참을 대서양과 헤라클래스 탑을 보면서 말 없이, 하지만 머리카락은 한 없이 엉클어질 만큼 요동 쳤고, 동공은 커질 대로 커지고 귀는 열릴 대로 열리며 이 경관에 큰 감탄을 하고 있었다.


헤라클래스 탑 밑에서 본 대서양의 풍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