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의 라떼

취향의 지향

by Typho

개인적으로 커피를 상당히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라떼를 좋아한다. 자주 가는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다. 그런 작은 일상 속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고, 또 기록하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라떼 취향, 그리고 요즘 가장 애정하는 라떼에 대해 써본다.


그럼, 이번 편은 ‘나 때의 라떼’다.



집에서 최애 '락토프리 우유 + 일리 캡슐'
개인적으로 아메리카노는 그저 샷에 물을 더한 것처럼 느껴져, ‘그 돈으로’ 라는 생각에 마시지 않게 되었다. 대신, 단백질과 고소함이 더해진 라떼는 아낌없이 마시고 싶다. 일을 하거나 모임을 나가면 대부분 '아아'로 통일되는 가운데, 나는 언제나 눈치 보지 않고 ‘아이스라떼’를 시킨다. 집에서 마실 때도 나만의 라떼 조합이 있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 되는 우유'와 일리 캡슐(어떤 종류든 상관없음)을 넣으면,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사실 메가커피나 빽다방, 컴포즈커피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집에서 마시기 때문에, 얼음을 생략하고 시원한 우유에 샷을 섞는 방식이라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이 조합을 찾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빵이나 디저트를 배달시킬 때조차 커피를 빼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 동쪽에서 최애 '애크로매틱 커피'
주소: 서울 강동구 성내로14길 37 1층 애크로매틱 커피


이곳은 작년에 처음 찾았던 카페다. 특별히 큰 사이즈가 없어서 결국 두 잔을 사서 마시기까지 했다. 라떼를 마실 때는 고소함과 달큰함이 조화를 이루는 맛을 선호하는데, 이 커피는 첫 입에서 고소함이 확 밀려오고, 그 뒤로 은은한 달큰함이 스며든다. 겉보기에는 일반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라떼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맛과 향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라떼다. 원두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떤 방식으로 향과 맛을 느껴야 할지 모르지만, 프루티한 향이 숨어있듯 깜짝 놀라게 한다. 너무 맛있어서 가게 내부를 둘러보니, 블루리본을 여러 번 받은 곳이었다. 속으로, 역시나 싶었다. 이 카페는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고 주차가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는 라떼다. 만약 이곳에서 라떼를 마시게 된다면,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함께 시켜야 한다. 시키지 않는다면, 경범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서울 서쪽에서 최애 '카페넬비콜로'
주소: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42길 16 1층 카페넬비콜로


처가집 근처에 있는 로컬 카페로, 동네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곳이다. 내가 처가집 근처에 살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맛보면, 다른 카페의 라떼는 입에 대기도 싫어진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와이프는 처가집에 갈 때마다 이 집 라떼를 사준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1천 원 할인도 해주신다. 이 집도 고소함이 먼저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은은한 단맛이 빠르게 다가온다. 크림이 잔뜩 들어간 듯 찐하고 크리미한 것도 특징이다. 예전에는 카페가 작았는데, 지금은 더 큰 공간으로 확장하고 테이블도 많아졌다. 커피 맛이 워낙 뛰어나서 확장한 게 아닐까 싶다. 이 근처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고, 원두를 직접 볶는 카페도 있지만, 이 집은 커피 맛으로 독보적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번성할 것 같다. 마곡, 발산, 화곡 쪽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맛보길 권하고 싶다.



믹스의 최애 '맥심 슈프림골드'

대한민국의 휴게공간에서는 노란 박스의 맥심 모카골드가 거의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보다 조금 나은 곳에는 ‘화이트골드’가 비치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믹스커피는 ‘맥심 모카골드’ 아니면 ‘맥심 화이트골드’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새벽까지 공부하며 믹스커피를 정말 많이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대학교에 진학한 후 카페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믹스는 점차 내 삶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작년에 안유진이 모델로 나온 ‘맥심 슈프림골드’라는 믹스커피를 알게 되었다. 믹스커피의 대놓고 달달한 설탕 맛이 싫어서 원래 믹스를 멀리했는데, 광고를 보고 진득하게 끓여낸 커피의 느낌이 좋아 보였고, 결국 사 먹어보게 됐다. 이 믹스커피도 여전히 설탕의 단맛이 강하지만, 다른 믹스와는 달리 바디감이 있다. 믹스로만 즐기기엔 너무 두터운 단맛이라, 우유를 많이 섞어야 내 입맛에 딱 맞지만, 묵직한 향은 희석되지 않고 기분 좋은 커피 향을 남긴다. 집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면 디저트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속이 꽉 차 있지만, 달달함이 당길 때 이만한 커피는 또 없다.



고소함과 은은한 달큰함의 밸런스
나의 라떼 취향은 첫 입의 고소함과 그 뒤를 잇는 은은한 달큰함의 밸런스에 있다. 첫 입의 고소함은 우유와 샷이 아직 밀접하게 섞이지 않았을 때 나오는 맛인 것 같다. 그래서 샷이 품고 있는 원두의 향도 함께 퍼진다. 그 한 입을 먹고 나서, 라떼를 코스터에 올려두면 샷과 우유가 점점 더 밀접하게 섞이면서, 커피의 산미와 우유의 단백질이 만나는 그 순간 은은한 달큰함이 우러난다. 그래서 두 번째 입에서 은은한 달큰함이 더 잘 느껴진다. 이렇게 라떼를 즐기면 마시는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목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흔한 라떼일 수도 있지만, 자주 즐기다 보면 좋아하는 요소들이 정확하게 정리된다. 그것이 내 기준이 되고,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차례 시도하다 보면, 결국 내가 지향하는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쌓인다. 좋아하는 이유를 알고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뜻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떼 취향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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