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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Feb 17. 2021

#37. 바베큐

101번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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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다른 꿈 바베큐 마스터


어릴적부터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서 그런지 고기를 굽는 것이 굉장히 익숙했다. 외가쪽부터 우리집까지는 육식을 좋아했다. 외할머니 말로는 이북사람들 후손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이북사람들은 춥고 척박한 땅에서 곡식보다는 육식으로 식생활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북한음식에서 육류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두에도 고기소가 꽉차고, 냉면도 고기국물에 고기고명에 국끓인 고기로 수육까지 한다. 외할머니는 이북식 가지볶음을 할 때 가지를 4등분으로 잘라 그 틈에 양념한 다진 고기를 넣어 요리하시곤 했다. 그러고 보면 이북의 자손인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상식적인 결과인 것 같다.


아무튼 고기를 좋아하는데 튀기거나 삶은 고기보다 구은 고기를 월등히 좋아한다. 수육도 고기를 한 번 구워서 마이야르를 일으킨 다음에 삶는다. 그렇게 하면 고기가 더 쫄깃하고 육즙이 올라와서 더 담백하다. 그렇게 뭐든 모든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1. 샌디에고 등갈비 BBQ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여행을 떠나버렸더랬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고, 생전 미국 땅을 밟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이곳에서 처음 먹었던 바베큐가 샌디에고 외곽에 있는 등갈비였다. 진득하고 감칠맛과 짠맛이 강한 갈색의 소스와 잘 익은 등갈비를 같이 조리한 이 바베큐는 한국에서는 맛 본적 없는 맛이었다. 한국에서도 등갈비를 잘한다는 곳(석촌돈 돈족골)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풍미의 등갈비였다. 여비가 많지 않았던 그 당시이지만 맛좋은 BBQ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었다. 가격은 대충 30불 정도했던 것 같다. 미국여행 전체 경비가 3천불이 들지 않았었으니 전체 예산의 1% 정도를 써야 했던 거다. 후회되지 않는다. 좋은 맛 경험이었다.


+ 곁들인 콩수프는 그저그랬고 사과 사라다도 그저 그랬다. 등갈비를 위한 평범한 조연이었다.



2. 렉싱턴 BBQ
미국에서도 바베큐로 유명한 동네가 노스케롤라이나의 소도시 렉싱턴이라고 한다. 마침 이모댁이 노스케롤라이나 솔즈버리라는 소도시에 있어서 사촌동생 차를 얻어타고 다녀왔다. 겉보기에는 바베큐 다운 색감도 없고 윤기가 도는 겉모습도 아니라서 실망이 컸지만, 바베큐집의 넓은 주차장은 언제나 반 이상이 주차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높이 솟은 굴둑에 연기가 끊이질 않았다.


사촌동생과 둘이 갔으니 브리스킷 타입과 풀드포크 타입 2가지를 모두 먹었다. 담백하지만 감칠맛이 작렬하는 색다른 바베큐였다. 언듯보기에는 수비드를 한 것 같은 겉모습이지만 따끈한 고기는 나무향도 잘 베어 있었다. 한가지 특이했던 것은 고기와 코우슬로를 제외한 프렌치프라이와 일회용 접시는 '이집이 패스트푸트 프랜차이즈 인가'하는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미국놈들의 극효율주의인가 싶기도 했다. 고기는 고기다 보니 먹다 보면 느낌함을 가시게 해줄 특별조연이 필요했는데, 양배추를 잘개 다진 싱큼하고 달큼한 코우슬로가 제대로 역할을 해줬다. 한 접시에 10불 정도 했던 것 같다. 밥값은 같이 갔던 사촌동생이 지불해줬다. 고마웠다.

+ 후식으로 나왔던 바닐라 아이스크림 큰 덩이와 설탕에 절인 망고와 사과(시나몬 첨가)는 별미였다.


3. 샌 안토니오 텍사스 BBQ
영화에서 봄직한,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봄직한 정통의 텍사스 바베큐를 먹기도 했다. 앞선 2가지 바베큐와는 또 다른 맛이 좋았다. 사실 앞선 2가지 바베큐는 돼지고기가 기본재료였다. 반면에 정통 텍사스 바베큐는 소고기를 써서 식감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돼지고기는 굽는 과정에서 약간 텁텁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외국에서는 한국에서는 비선호도 부위인 지방이 없는 부위를 주로 BBQ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가 먹었던 바베큐들이 퍽퍽했다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 바베큐에 비해서 퍽퍽했다는 것이다. 돼지와 소는 다르긴 달랐다.

브리스킷 타입으로 나왔던 텍사스 바베큐는 소스를 발라 먹었을때 보다 고기만 먹었을 때가 더 선호되었던 것 같다. 사이드로 나왔던 에그 무시기와 얇게 썬 양배추 코우슬로, 콩과 각종 야채로 요리한 수프인지 소스인지 헛갈렸던 보울까지. 바베큐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었다. 무엇보다 텍사스에서 텍사스 바베큐를 먹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벌교에서 꼬막을 먹고,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은 기분이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고기를 정말 많이 먹었었다. 당시에 이모가 퓨전 일식당을 하셨기 때문에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사셔서 아주 좋은 필레미뇽(안심)을 매일 접시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하루 세끼를 단백질 쉐이크만 먹고 있는데 식감과 풍미, 감칠맛이 터지는 육식. 특히 바베큐를 먹고 싶다.


+ 번외로 뉴올리언즈에서 사치를 부리며 먹었던 양고기 스테이크를 끝으로 오늘 먹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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