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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May 30. 2021

#45. 결혼

101번 글쓰기

결혼은 언제 하는가.

_올해 서른이 되었고, 올해로 8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결혼을 하고자 하여 오래 만나지는 않았다. 같이 지내다 보니 8년이 되어 버렸다.


오래사귀었고,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주변에서는 '결혼 언제해?',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네?'라고 해버렸다. 그러면 솔직히 내 마음이 무엇인지 헛갈려진다.

'그래, 나이도 적지 않고 오래 사귀었으니 결혼 해야 하지 않을까?'
'오래 사귀었으니 더 이상 뭘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혼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여자친구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니깐, 나도 프로포즈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렇게 결혼이 시기적 과제로, 혼기가 찰랑찰랑 해지면서 '해야하는 숙제'가 되어 간다고 느껴졌다. 그러다가 통장잔고, 회사에서의 직급, 우리집의 경제여력 등을 따지다 보면 막상 결혼에 대해서 계산하게도 됐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것이 대입, 취직과 같은 퀘스트가 되어버리는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만의 상황이 아니라 주변에 많이 볼 수 있었던. 내 또래들의 고민이었다.


나도 계속 헛갈리던 시점에, 결혼이라는 것을 잠시 미뤄두고 나와 같이 있는 상대에만 집중해 봤다. 일단, 이쁘다. 그리고 8년 동안 꾸준히 설렜다. 확률적으로도 나와 취미, 입맛, 대화주제, 각자의 업에 대한 배려 등이 맞는 여자를 다시 만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내 앞에 서 있는 여자친구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는 계산에 다다랐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으로  남녀관계는 감정으로 시작해서 계산을 끝난다고 생각한다. 계산을 하다가 감정이 앞서면 만남이 지속되는 것이고, 계산을 하다가 감정이 없으면 헤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혼 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집중해보니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내 삶이 더 풍부해질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일단 결혼은 차치하고, 헤어짐이라는 개념을 상정하지 않는 단단한 관계를 위해 노력을 했다.


그렇게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있고 싶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그래서 결혼이라는 수단을 통해 함께 하기로 했다. 결혼으로 뭔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 했다. 그냥 같이 있을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는 것, 결혼을 승낙 받는 것, 결혼 생활을 하는 것 모두가 큰 갈등 없이 진행 됐다. 그리고 지금 매우 평안해졌다.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해졌다.


결혼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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