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ho Jun 24. 2021

#46. 한라산

101번 글쓰기

제주도 신혼여행 1.

#함께해보기
코로나 탓에 해외를 못가니 조금 특별하게 울릉도-독도를 가려고 했다.. 근데 울릉도는 숙소가 없다..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었는데, 수강신청 보다 빡세서 예약 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들 다 가는 제주도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신혼여행이었지만 서로 바쁜 상황 (광고회사 AE와 엔터회사 이사님) 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4박 5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비행기도 타고, 면세점에서 쇼핑도 했으니 해외 다녀온 셈 치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넷째날, 우리는 제주도 일정 하루를 남겨두고 한라산을 오르기로 했다. 결혼식 때까지 나나 와이프나 폭풍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에 기력도 쇠했었고, 워낙 음주를 즐기기 때문에 낮술과 저녁에 한잔이 그리웠었기에 도착하자마자 와인샵에 들러 와인 7병을 숙소에 쟁여두고 계속 술을 마셨다. 신혼여행이니 만큼 식비는 신경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을 보내고, 4일 째 되는 날 길티(Guilty)한 마음을 위로하고, 제주도에서 항상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한라산 등산을 계획했고 드디어 실행했다.


#함께오르기
글에 앞서, 한라산을 오르기 전에 예약이 필수이니 이점 참고해서 등산을 시작하시길.

아무튼, 새벽 일찍 성판악 코스의 출발지인 휴게소에 도착해 안내를 받아 등산을 시작했다. 전날 비가 많이 왔다가 그친 탓에, 초입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수 시간을 올라 중간지점에서 한숨을 돌렸다. 너무 오랜만의 등산이기도 했고, 두 사람 분량의 식량이 내 가방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거기에 욕심 부려서 카메라도 2대나 챙겼었다. 미러리스 하나, 필카 하나. 그렇게 카메라 두대를 돌아가며 찍어대니 등산 템포가 끊기기도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등산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내가 와이프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이었다. 등산을 마무리하고 하산까지 완료했을 때, 와이프가 "너가 참 좋은 페이스메이커 되어 주었다."라고 했다. 물론 이렇게 상냥하게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나와 함께 오르니 좋았다고 했다. 나도 참 좋았다. 혼자 올랐다면 5시간만이라도 오르 내릴 수 는 있었겠지만, 그게 재밌는 산행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한 곳을 지향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손 잡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응원해주고, 쉬는 시간에는 먹을 것도 먹여주는게 참 좋았다. 이런게 결혼이란 건가 싶었다. 연애해도 이럴 수는 있겠지만, 결혼하면 대화 주제가 더 다양해진다. 일단 연애만 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서로의 가족 얘기도 하게 되니 충돌 되는 것도, 합의 되는 것도 더 많아졌다.


아무튼 왕복 10시간 정도 생각해야한다고 했는데, 오르는데 3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불행히도 이르게 등산을 시작해서인지, 비가 그쳤음에도 백록담에는 안개나 구름이 걷히지 않았었다.. 습기 가득한 바람만 한참을 맞다가 성판악으로 내려왔다. 성판악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제서야 해가 뜨고 백록담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더 백록담에 올라 갈 수 있었는데, 마음을 먹지 않았다..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욕심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첫 한라산 등산은 구름낀 백록담과 함께 께 마무리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45. 결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