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Mar 17. 2016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하다

나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


사례 1.

한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업이 어땠냐고 물었습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대부분의 학생은 좋다고, 일부는 너무 좋다고 또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며 좀 실망스럽다 말했습니다.
교수는 집에 돌아와 자신의 강의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리며 속상해했습니다.


사례 2.

누군가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했습니다.
1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8개는 칭찬이고 2개는 이게 뭐냐 이런 거 올리지 마라 라고 했죠.
영상을 올린 사람은 자신감을 잃고 영상을 내렸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저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왜 저렇게 부정적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10명 중에 두 명이 악플을 달았으면 80%는 긍정적인 것이고, 스무 명 중에 한 명이 실망했다면 무려 95%가 만족한 것이 거든요. 그런데 영상을 내려버리고 자신의 강의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이유는 바로,


"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합니다. "


때문입니다. 이는 두 가지 면에서 발생하는데요, 첫 번째는 내 머리 속에서, 두 번째는 실제 대중 속에서.


<나에 대한 실제 평가와 내가 느끼는 평가가 같을까요?>



I  내 머리 속 부정적인 감정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내가 발표나 강의, 글쓰기 등 무언가 보여주는 행동을 하면 칭찬과 인정을 받기를 기대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판이 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칭찬을 하면 '아 다행이다. 그래도 나쁜 얘기는 안 들었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잘 보면 이런 사람은 '나는 저 사람이 얘기하는 것처럼 훌륭하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 라고 겨우 부정적이지 않은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번 칭찬을 듣고 한 번 핀잔을 들어도 감정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괜찮은 가보다 하다가 '아 역시 좀 그런가? 그러니까 저렇게 얘기하겠지?' 라고 생각해 버리면 10번의 칭찬이 무색하게 한 번의 핀잔만 기억에 남습니다. 내 머리 속에서 반대는 시끄럽게 계속 들리고 찬성은 어느 새 조용하게 잊혀져 버린 겁니다. 비유하자면, 머리 속 찬성 볼륨은 1인데 반대는 볼륨 10의 소리를 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서너 명만 반대해도 30-40의 크기처럼 들리고, 열 명이나 찬성해도 10의 소리로 밖에 안 들립니다.


<반대는 머리 속에서 더 크게 들립니다>


위의 첫 번째 교수의 강의 예시에서 19명이 칭찬하고 한 명이 실망했다면 사실 백점 만점에 95점의 점수를 받았다고 기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 명의 핀잔으로 자기 강의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버렸습니다. (제 주변 지인이 실제로 경험한 내용입니다.) 머리 속의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하기 때문인데요, 혹시 본인이 소수의 반대와 핀잔에만 마음이 쓰여서 '나 좀 별론가봐' 라고 자괴감에 빠져있지는 않은지요. 부정의 감정은 찐하고 긍정의 감정은 약합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쉬워지니 객관적으로 몇 %가 부정적이었지? 라고 한 번 반문해보면 의외로 의기소침해질 일이 없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은 나에 대한 발전과 깨달음의 자양분으로 삼으면 됩니다.



I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만 행동한다

두 번째는 실제 상황에서 입니다. 역시 내가 무언가 발표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음 그래 맞는 얘기야' 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만족하기 때문에 별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 라며 손을 들고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1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 자리였다고 가정합시다. 누군가 손을 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고 또 한 명이 손을 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명이 더 '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가정하면, 이 발표자는 '내 의견이 틀렸나 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나머지 97명에게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왜 '모든 사람이 반대' 한다고 생각해버릴까요?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찬성하는 사람은 만족하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기 마련입니다. 굳이 손을 들어 '동의합니다' '찬성합니다' 라고 하는 사람은 참 없죠.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불만족하기 때문에 뭐라도 얘기하고 행동하려 합니다. 찬성은 남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지만 반대는 내 의견입니다. 그래서 반대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합니다. 게다가 반대라는 것은 자극적이고 달콤해서 이에 동화되는 사람도 생겨 목소리가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뒷담화'가 성행하는 이유가 이래서 일까요)


<반대하면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더 많아 보입니다.>


첫 번째 예시인 영상 업로드에 댓글이 10개 라면 아마 100명은 봤을 텐데요, 댓글을 달지 않은 90명은 그냥저냥 평타 쳤다 정도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와 정말 좋다' 정도는 돼야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죠. 8명이나 달았네요. '별로다' 라고 생각해서 댓글을 단 사람은 2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위에서 '찬성은 만족하니까 행동하지 않는다' 고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8명이 좋은 댓글을 달았다는 것은 '아주 좋다' 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가질만하다는 거죠. 심지어 적당히 괜찮네 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굳이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 사람이 추가적으로 많이 있을 겁니다. 반대로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행동하기 때문에 '진짜 최악이다' 까지도 아니고 '아 좀 별론데' 정도여도 한 마디 해주려고 낮은 별점을 주거나 댓글을 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맛집 별점이 좋은 예시인데요, 10점 만점에 9-10점짜리 별점 아니면 1점짜리 별점들만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6-7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댓글과 별점을 잘 안 달죠. 그래서 맛집 별점은 자주 극단적이고 점수에 비해 괜찮은 집도 많은 겁니다.


<극단적인 영화 평점 예시. 많이 보셨죠? 이런 상황>



I  평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보자

이렇게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존감이 낮아져 퍼포먼스가 안 좋아지고 새로운 시도를 잘 안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에요. 소수의 반대와 부정적인 의견은 나의 깨달음과 발전을 위한 약으로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안돼' 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이는 사회적 여론 파악 방법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재선 당시 결정적인 전략을 제시한 마크 펜(Mark Penn)이라는 전략가가 쓴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책은 철저히 객관적으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표의 개수를 따져보는 방식의 철학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오천만 국인인 우리나라에서 10만 명이 반대를 표명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4,990만 명은 어떻게 생각할까 라고 생각해 보는 방식인 거죠. 개인에게 대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는 시끄럽고 찬성은 조용합니다. 혹시 소수의 핀잔과 반대 의견에 나의 가치관과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하지 않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