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태훈 Apr 04. 2016

아이폰 디자인 철학을 하나의 글로 정리해봤습니다.

인지의 단순 명료화를 지독하게 구현한 미니멀리즘의 대표 아이폰


수년째 전 세계를 강타하며 인류의 생활 패턴과 사고 체계를 바꿔버린 아이폰. 스마트폰의 전 세계 보급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 전자 제품들의 디자인 변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변화를 리드하고 있는 애플의 플래그십 제품. 이 제품 하나로 애플은 전 세계 최고 매출과 최고 브랜드 가치를 가지는 회사가 되었고 스티브 잡스라는 성공의 아이콘을 만들어 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아이폰에 열광할까요. 인류의 어떤 핫 버튼을 아이폰이 눌러주었기에 사람들은 아이폰에 많은 충성심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난 '10분 만에 이해하는 아이폰 디자인 철학_액체에서 빛으로 (클릭)' 글이 아이폰의 화면 그래픽 사용자 경험(GUI)에 초점을 맞췄었다면 이번에는 아이폰 기기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이 제품이 얼마나 철저하게 디자인되었고 왜 현대인들은 이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분석하면 할수록 지독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아이폰의 디자인 철학. 저는 이것을 '미니멀리즘(Minimalism)'으로 설명합니다. 어떤 관점에서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디자인되어 있을까요. 아, 참고로 전 현재 삼성 갤럭시 S6를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유저로서, 소위 '애플빠'가 아닌 가능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아이폰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는 정말 대단합니다>


일단 오늘 글의 전체 맥을 쥐고 갈 '미니멀리즘'에 대해 지난 저의 글 '미니멀리즘은 현대의 시대정신이다 (클릭)' 을 인용하여 짧게 설명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I  미니멀리즘 - 뇌의 인식 단순화

우리는 자주 ‘불필요한 장식 없이 기본 도형과 입체를 중심으로 통일성과 완결성 높게 구성된 간결한 결과물’을 미니멀하다고 표현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정의를 하다 보면 형태와 색상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원형, 구형, 사각형 등 기본 도형과 단순한 색상만 남게 되어 오히려 디자인이 사라져버리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설을 방지하고 미니멀리즘을 시각을 너머 더 넓은 범위에서 이해하기 위한 키는 무엇일까요. 답은 인간의 '인식 방식' 에 있습니다.


<Donald Judd 의 미니멀리즘 작품.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단순한 인식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어떤 것을 보면 그 형태 그대로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편한 대로 단순화시켜서 인식합니다. 게슈탈트 법칙에도 등장하는 이 현상은 사람의 지각 능력과 기억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많은 것을 보고 판단하고 저장해야 하므로 뇌에서 자동적으로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구조화하여 기억하려 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뇌는 많은 인지 과정(= 에너지 소비)을 하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것은 분자나 원자 단위에서부터 나타나는 자연계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피카소가 그린 소 입니다. 가장 오른쪽 그림만 봐도 소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우리 뇌가 형태를 단순화 하여 인식 및 기억하는 방식을 놀랍도록 표현했죠.>



따라서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직관적인 인식이 필요한 기업의 로고, 쉬운 접근과 사용을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및 OS 등 많은 분야에서 인식과 지각 과정을 최소화, 단순화하는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는 정보의 과포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의 특징도 한 몫하는데, 습득해야 하는 정보의 양 자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다 보니 각 정보 하나하나에 많은 사고 과정과 에너지를 사용하기가 어렵게 되어, 쉽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사고 과정을 단순화해주는 미니멀리즘이 각광받게 된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사회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조건이 된 것이죠. 따라서 전달해야 하는 복잡한 정보나 많은 요소를 명확하고 직관적인 구조로 설계한 결과물은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미니멀리즘의 구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디자인 방법이 사용됩니다. 이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게슈탈트 법칙의 내용을 다 설명드리기는 다소 어렵고 길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세 방향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1  I  기본 도형 사용

<원과 타원. 타원은 원에 비해 인식 과정이 더 필요하고 호불호가 생깁니다>


직선, 원, 정사각형, 정삼각형 등 이미 많은 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기본 도형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설명을 위해 원과 타원의 예를 들면, 원은 보는 순간 인식이 끝나는 반면, 타원은 긴 변과 짧은 변의 비례감, 긴 변이 향한 방향성, 타원의 위치마다 다른 곡률 등 원보다 많은 지각 과정을 요하며, 이 타원의 비례와 방향감 때문에 사람마다 호불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본 도형을 쓰면 이렇게 다단계의 인식 과정에서 오는 개인의 선호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더 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유곡선의 경우 그 자유곡선이 주는 날렵함이나 샤프함 등의 감각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원의 곡률을 사용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이미 익숙한 원을 인식하여 호불호를 덜 지각하게 되는 이치입니다.


<adidas 오리지널 로고의 구조. 자유곡선 같지만 사실 모두 원호를 사용합니다. 그것도 모두 같은 각도로>

 

<위와 비교해서 많은 곡선과 각도, 도형이 사용되었을 경우 얼마나 많은 인식 과정이 필요한지 느껴 보세요>




2  I  대칭 활용

<대칭인 나무와 비대칭인 나무. 오른쪽은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균형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는 대칭을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인류가 중력이 있는 지구에 살기 때문에 한쪽으로 쏠려서 넘어질 것 같은 상황보다,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안정적인 대칭을 무의식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중력을 받고 사는 모든 생물은 대부분 대칭 형태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대칭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데요, 비대칭은 비대칭만의 감각이 있어서 안정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특정 시점에 요구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많은 대중을 대상(사실상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선호하는(변화가 필요한 특정 시점이 아니라) 안정적인 대칭 디자인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칭은 양쪽의 요소를 통일해서 인식시켜주기 때문에 인식의 단순화 면에서도 훌륭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I  그룹화 / 구조화

<32개의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사각형 4줄, 원 4줄로 그룹화하고 구조화하여 인식합니다.>


요소가 여러 개 있을 때 이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10개의 요소를 인식해야 하는 상황을 1개의 그룹으로 인식함으로써 뇌의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죠. 여러 개의 요소를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빠르게 전체를 이해한 후, 바로 그룹 내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폰 화면의 경우 아이콘이 모두 같은 모양의 부드러운 정사각형입니다. 따라서 화면을 보는 순간 '이 아이콘들은 같은 위계로 각각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하는구나' 라고 인식이 가능하고 그 후에 각각의 아이콘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정 아이콘 모양이 특이해서 먼저 눈이 간다거나 하면 직관적인 전체 구성 파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겠죠.


<iOS 9 의 기본 화면>


모든 스마트폰이 다 그렇다고요? 안드로이드는 아이콘의 형태 가이드는 있지만 실제로 상당히 다양한 아이콘 모양이 존재하여 이러한 그룹화 / 구조화 인식 면에서 다소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에서도 이번 Material Design 가이드를 내놓을 때 아이콘 모양에 대한 상당히 철저한 가이드가 제시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제시한 아이콘 형태 가이드. 이 4개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정보가 과포화 상태에 이른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단순 명료한 인식과 지각 과정을 원하게 되었고, 이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자연계의 원리와도 맥이 통하여 쉽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 과정을 단순화해주는 미니멀리즘이 각광받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 '기본 도형의 사용', '대칭 활용', '그룹화/구조화' 의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정리해 봤습니다. 




I  미니멀리즘 측면에서의 아이폰 디자인

미니멀리즘을 정말 놀랍도록 완벽하게 이해하고 철저하게 구현하는 회사가 바로 애플입니다. '세 번의 터치로 원하는 메뉴에 들어가야 한다' 는 인터페이스의 기준이 있었던 아이팟부터, 직관적인 터치 패드 사용, 버튼 하나의 터치 마우스 (호불호는 갈리지만요), 극단적으로 간결한 형태의 제품 등 많은 부분에서 인식의 단순화를 위한 노력이 눈에 보입니다. 이 때문에 제품을 막론하고 직관적 인식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가장 최근 제품인 아이폰 6 를 볼까요.



보면 '아 그래 예쁘네' '안정적이네' '이 정도면 뭐 나무랄 데 없네' 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물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인류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것' 을 건드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째서 그러한지 위에서 언급한 미니멀리즘의 방법적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I  기본 도형 사용의 측면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보조선을 그어 보았습니다. 어디 한 부분 가장 기본 도형인 직선과 원을 제외한 형태 요소가 사용된 곳이 없습니다. 하나하나 짚어보면,


1)  제품 자체는 완만한 커브 등이 없이 평평하게 직선으로 이루어짐

2)  각 코너부는 자유곡선이 아니라 1/4 원호 사용

3)  홈 버튼의 원 사용

4)  볼륨 버튼, 전원 버튼, 음소거 버튼 등의 작은 버튼들 직선과 반원 호의 조합으로 형태 구성

5)  후면 카메라와 플래시, 센서의 원형 사용

6)  하단 부분 스피커와 이어폰 잭은 물론 충전기 단자까지 직선과 반원 호만 사용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이폰 6 에서 정말 놀랐던 것은 제품을 세로로 보았을 때의 단면도 반원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폰6 의 몸체는 금속으로 되어 있고 화면 부는 모서리가 곡면으로 처리된 강화유리, 몸체와 강화유리 사이에는 접속을 위한 완충제가 사용됩니다. 이 세 개의 층을 쌓아 올리면서 몸체의 곡률과 강화유리 및 접속부의 곡률을 최대한 원호로 맞추어 결국 하나의 반원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렇게 완성함으로써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앞면과 뒷면을 구분하는 인식 작용 없이 하나의 매끄러운 제품 매스(mass)로 지각하게 됩니다.

<금속 몸체와 접속부, 강화유리의 층이 있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반원호로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직선과 원을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철학은 이전 버전에서도 지속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아이폰6 부터는 사라졌지만 이전 아이폰4, 5 에서 보여주었던 대각선 다이아몬드 컷팅 금속 테두리의 컷팅 면도 심지어 반 직각 = 45도였습니다. 그 당시부터 사용되는 전원 버튼 등의 컷팅도 45도입니다. 볼륨 버튼은 원형이었고 전화 소리가 나오는 상단 스피커를 위해 깎여 들어간 강화유리의 단면도 45도입니다. 이렇게 찾으면 찾을수록 너무나 작은 부분에서까지 직선과 원, 직각과 45도 등의 기본 도형 요소만 사용되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전 애플 내부인이 아니어서 모르지만 아마 디자인 가이드에 이러한 규칙이 철저하게 규정되어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기억 나십니까. 위는 아이폰 4, 아래는 아이폰 5>




2  I  대칭 사용의 측면에서

기본 도형의 사용뿐만 아니라 대칭 면에서도 아이폰은 치밀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대칭을 사용하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양쪽을 하나로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낍니다. 어느 부분들에서 대칭이 구현되어있는지를 살펴보면,



1)  제품의 전후좌우상하 면에서 모두 양쪽 대칭

2)  원형 홈버튼 아래위의 같은 간격

3)  전면 상단 스피커의 중앙 배치 및 센서와의 간격 일정

4)  후면의 상단 애플 마크와 하단 제품 설명이 제품을 상하 반으로 나눴을 때의 사각형을 기준으로 무게중심에 가까운 배치

5)  하단 충전잭 대칭 형태 및 좌우상하 중앙 배치

6) 하단 충전 책을 중심으로 양쪽 이어폰 잭 및 스피커의 대칭감 있는 배치


 거의 모든 면에서 대칭을 사용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품의 어느 부분을 봐도 안정감이 들고 그 형태와 기능을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하단 부분은 스피커와 아이폰 잭이라는 특정 기능의 크기로 인해 어느 정도 대칭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양쪽의 무게감으로 맞추어 배치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아이폰 4 나 5 때, 특히 아이폰 4 때는 완전 대칭이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이 오랜 시간 이어져 발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아이폰4, 아래 아이폰 5. 어떻게든 대칭을 맞추려는 노력이 눈에 띕니다>




3  I  그룹화 / 구조화 측면에서

그룹화와 구조화는 '정렬'로 설명됩니다. 얼마나 많은 요소들을 일정한 정렬을 통해 배치함으로써 각각의 요소가 개별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고 하나의 그룹으로써 구조화되어 인식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렇게 그룹화, 구조화되면 지각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뇌에 부하가 덜 갑니다.



<같은 20개의 점이지만 지각의 방식은 다릅니다>



20자리의 숫자를 외운다면, '28563729395749121038' 같은 숫자는 암기가 어렵지만, '13131-24242-79797-03030' 같이 그루핑이 되는 숫자는 쉽게 암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점이 20개 그냥 흩어져 있으면 이 형태와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인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4X5 로 정렬해 있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아이폰에서 발견되는 이 '정렬'과 그룹화에 대한 요소를 찾아보겠습니다. 다시 아이폰 이미지를 가져와 보면,



1) 후면 카메라와 플래시, 센서의 가로 일직선 중앙 정렬

2) 전면 상단 스피커 부분과 전면 카메라 및 센서의 가로 세로 중앙 정렬 

3) 윗 볼륨 버튼과 전원 버튼 높이 정렬

4) 볼륨 버튼 코너 반원호의 원과 같은 간격으로 떨어진 아래위 볼륨 버튼

5) 하단의 모든 요소 제품 가로 중앙 정렬

등이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정렬을 통해 요소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되게 하고 그럼으로 인해 인지 과정을 단순화 시킵니다. 이 과정은 미니멀리즘 면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사람은 여러 개의 요소를 보면 이를 서로 연결시켜 각각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규정을 해서 이해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인지해야 하는 요소가 산술적으로 늘어나도 이 요소들을 엮을 수 있는 가지 수는 지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되는 것이죠.


<요소가 위처럼 산술적으로 하나하나 늘어나도, 이를 엮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가지 수는 지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게다가 인식 요소가 5개만 되어도, 2개만 엮였을 때, 2개씩 2그룹으로 엮였을 때, 3개가 엮였을 때 등등 가능한 모든 가짓수를 다하면 수십 가지가 넘어갑니다. 이 요소들의 위치와 크기, 색깔까지 인지한다면 그 인식 가능한 가짓수는 수백 가지가 넘어갈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위치와 관계의 당위성을 우리의 뇌는 무의식 중에 계속 발견하려 하기 때문에, 이러한 피로가 과중되면 '이 디자인은 마음에 안 들어. 그냥 내 스타일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철저하게 고려하여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으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미니멀한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됩니다. 편안하고 직관적인 인식을 위해 그룹화와 구조화가 매우 중요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아이폰은 지독하다 싶을 만큼 이성적으로 철저하게 이를 구현하고 그만큼 사용자는 이 디자인을 '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무의식 중에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인식의 흐름과 맥을 맞춘 미니멀한 디자인에 자기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니까요.




I  경쟁 스마트폰의 디자인

이렇게 현대에 요구되는 간결한 인식 방식인 미니멀리즘 입장에서 아이폰의 하드웨어를 바라봤는데요, 그렇다면 아이폰과 경쟁하는 다른 스마트폰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을까요? 물론 이것이 더 좋다 저것이 더 좋다의 가치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자인은 물론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성격의 것이니까요. 단, 미니멀리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직관적으로 그 형태와 요소, 기능이 인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설명이 가능하다 생각됩니다. 누구는 극단적인 모던함을 좋아하고 누구는 어질러진 펑크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만,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특성 상 어떤 디자인 전략이 더 바람직한가를 생각해 봤을 때 미니멀리즘이 그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다른 폰들의 디자인을 바라보면 그 장단점이 눈에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기본 도형', '대칭', '그룹화/구조화(정렬)' 의 방면 등에서 - 구체적으로는 기본 도형의 사용 및 자유 곡선 사용 유무와 그 당위성, 전후좌우의 요소 대칭성, 각 요소들의 배치와 정렬 등을 통한 구조화의 완성 정도 등을 통해 스마트폰들을 바라 보겠습니다. 또, 전체적으로는 한 눈에 어떤 이미지로 형태가 인식되는지도 빼놓을 수 없겠죠. 최신 폰인 삼성 갤럭시 S7, LG G5, 화웨이 P9, 샤오미 mi5, 그리고 이전 버전인 LG G4 와 삼성 갤럭시 S6 엣지 를 보겠습니다.




I  갤럭시 S7


I  LG G5


I  화웨이 P9


I  샤오미 mi5


I  참고로, LG G4 와 갤럭시 S6 엣지


미니멀리즘의 전략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십니까?




I  디자인의 당위성 - 이성과 감성 측면에서의 미니멀리즘

지금까지 미니멀리즘 입장에서 아이폰과 스마트폰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기본 도형, 대칭, 그룹화와 구조화로 정리한 미니멀 디자인은 현대 사회에서 어쨌든 빼고 생각할 수 없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한참 이슈가 되는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들도 이런 기조 하에서 디자인된 것들이 많고 이 제품들을 보고 사람들은 '대륙의 실수' 라며 그 가치를 인정하기도 하죠.


<큰 인기를 누렸던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직선과 원만 사용한 극단적인 미니멀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마지막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이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디자인의 당위성' 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당위성이란 쉽게 '이렇게 디자인하는 것이 응당하다' 라는 이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곡선을 썼으면 그 곡선을 왜 썼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야 하고, 두께를 그렇게 했으면 그 두께가 적절했음에 대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자기 스타일대로 곡선을 삭- 긋고 '이 형태로 가자' 라고 하는 것은 그 디자이너의 감성 측면에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불호를 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정 소비자 층을 타깃 하거나 실험적인 디자인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스마트폰처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일 수 있죠. 자칫 그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층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성적인 눈은 살리되 이성적으로 당위성을 파악하고 기본 도형과 그룹화, 구조화, 대칭 등의 현대 범인류적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철저하고 지독하게 이성적으로 디자인을 완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여 디자인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감성과 이성, 느낌과 계산, 우뇌와 좌뇌를 모두 사용해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훌륭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미 없는 장식이나 컬러, 문양, 패턴, 일부 소비자만 좋아할 만한 디자이너의 스타일 등이 들어갈 경우 자칫 전체의 구조와 통일성을 흐트러트리며, 추가적 인식 과정이 발생시켜 미니멀리즘 감각을 해칠 수 있습니다. LED 하나를 넣더라도 이것이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인식의 무리를 주지 않는가를 생각해보다보면, 하나의 철학의 방향성을 가진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잘 못할수록 자꾸 뭘 갖다 붙이려한다' 는 말을 이 맥락에서 생각해볼 때입니다. 나는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을까요.




I  정리하며...

인지 효율성 극대화 관점의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아이폰을 바라봤습니다. 제가 모르는 수 많은 디자인 요소와 숙고가 있었을 것이고, 혹은 꿈보다 해몽인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는 현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서 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샤오미는 밥솥을 만들면서도 미니멀리즘을 고려한 디자인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마지막으로 삼성 갤럭시S 와 LG G 시리즈의 상단 디자인 역사를 보며 현재까지 어떻게 변화되어왔고 어떤 식으로 인식되는지, 곡선이나 테두리 등의 디자인 요소 사용 및 정렬이나 구성은 어떠한지, 패턴과 컬러는 어떠하고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등을 미니멀리즘 입장에서 한 번 같이 생각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혹시 아이폰 기기가 아닌 아이폰 화면 그래픽에 대한 디자인 철학이 궁금하신 분은 '10분 만에 이해하는 아이폰 디자인 철학_액체에서 빛으로' 글을 참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후 이 기기 하드웨어 디자인과 화면 디자인과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어떻게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통일되어 있는지도 적어보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 갤럭시 S 시리즈의 상단 디자인 변화>



<LG G 시리즈의 상단 디자인 변화. LG G 시리즈는 후면이 중요하므로 후면까지 넣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조업 전략 아이돌 육성의 한계와 미래 전략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