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가는 생체 리듬
밀물과 썰물이 있듯, 우리 몸에도 리듬이 있다. 아침이면 코르티솔이 올라 눈을 뜨게 하고, 밤이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잠으로 이끈다. 사춘기에는 성호르몬이 급등하여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호르몬의 조율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조수(潮水)가 달라진다. 한때 높이 밀려왔던 파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리듬이 불규칙해진다. 이것이 호르몬의 노화다.
'갱년기'라는 말은 주로 여성에게 쓰인다. 폐경(menopause) 전후의 시기,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안면홍조, 수면장애, 기분 변화 등이 나타나는 때다. 여성의 갱년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 '남성 갱년기' 또는 '안드로포즈(andropause)'라고 불린다.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에너지 저하, 근육량 감소, 성욕 감퇴, 기분 변화 등이 나타난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변화는 점진적이어서 명확한 전환점이 없다.
호르몬 변화는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장호르몬, DHEA, 멜라토닌, 갑상선 호르몬 등 다양한 호르몬이 나이와 함께 변화한다.
호르몬 노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데이터는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 BLSA)'에서 나온다. 1958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화 연구다. 수천 명의 참가자를 수십 년간 추적하며 노화의 다양한 측면을 측정해왔다.
BLSA의 호르몬 데이터는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 30대 이후 매년 약 1~2%씩 감소한다. 80대가 되면 젊은 시절의 절반 수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차가 매우 크다. 어떤 80대는 젊은 성인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을 유지한다.
성장호르몬: 더 빠르게 감소한다. 10년마다 약 14%씩 줄어든다. 성장호르몬은 근육 유지, 지방 분해,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HEA: 부신에서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감소한다. 70대에는 젊은 시절의 10~20% 수준만 남는다.
멜라토닌: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 노화와 함께 분비량이 줄고, 분비 리듬이 불규칙해진다. 노인의 수면 문제와 연관된다.
코르티솔: 흥미롭게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기저 수준이 오히려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만성 스트레스 상태와 연관될 수 있다.
호르몬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감소가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근육량 감소, 골밀도 저하, 체지방 증가로 이어진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에스트로겐으로의 전환이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테스토스테론을 낮춘다. 악순환이다.
성장호르몬 감소는 단백질 합성 저하, 근육 손실, 지방 축적과 연관된다. 이것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멜라토닌 감소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수면 부족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더욱 감소시킨다(성장호르몬은 주로 깊은 수면 중에 분비된다). 또 다른 악순환이다.
이처럼 호르몬의 노화는 단일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내분비 시스템의 재조정 과정이다.
호르몬이 줄어드니,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 이 단순한 논리가 호르몬 대체요법(HRT)의 출발점이었다.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안면홍조, 질 건조감,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2002년 여성건강연구(WHI)는 장기 복용 시 유방암, 심혈관 질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HRT의 적용이 더 신중해졌다.
남성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도 비슷한 논쟁이 있다. 근육량, 성 기능, 기분 개선 효과가 있지만, 심혈관 위험, 전립선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상 범위 내의 낮은 테스토스테론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이 이로운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노화 방지의 '묘약'으로 선전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 체지방 감소, 근육량 증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부작용(관절통, 당뇨 위험, 암 위험 가능성)도 있고, 장기적 효과는 불확실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건강한 노인에게 성장호르몬 보충을 권하지 않는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교훈은 이것이다. 호르몬 감소가 노화의 일부라고 해서, 젊은 시절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몸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고, 그 균형을 인위적으로 깨뜨리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영화에서 음악은 장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액션 장면에는 강렬한 음악이, 로맨틱한 장면에는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영화 초반에는 대개 에너지 넘치는 음악이 많고, 후반부로 갈수록 차분해지는 경향이 있다.
호르몬은 삶의 사운드트랙 같다. 젊은 시절의 높은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성장호르몬은 강렬한 음악이다. 성장과 번식, 경쟁과 열정의 시기에 어울린다. 나이 들면서 이 음악이 부드러워진다. 에너지는 줄지만,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
영화 후반부가 항상 음악이 작아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사와 표정이 더 잘 들린다. 호르몬이 줄어든 노년에도 마찬가지다. 호르몬이 주도하던 충동이 줄면서, 다른 것들—지혜, 평온, 관계—이 더 선명해질 수 있다.
호르몬 변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이것이다. 몸이 번식에서 유지로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젊은 시절의 호르몬 환경은 번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근육을 키우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경쟁에서 이기고, 짝을 찾고,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번식의 시기가 지나면, 몸은 다른 모드로 전환한다. 유지와 보존의 모드. 성장보다 안정, 공격보다 방어, 확장보다 심화. 호르몬 감소는 이 전환의 일부다.
물론 이 전환이 항상 매끄럽지는 않다. 갱년기 증상, 에너지 저하, 기분 변화 등이 동반된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BLSA 연구가 보여주듯, 개인차는 매우 크다. 어떤 사람은 호르몬 감소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심하게 경험한다. 유전, 생활습관, 건강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단,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호르몬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관된 연구 결과다.
호르몬의 조수는 밀려간다. 그러나 썰물에도 해변은 아름답고, 조개와 소라가 드러난다. 밀물만이 바다가 아니듯, 젊은 호르몬 수치만이 건강과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다음 화부터는 노화가 가져오는 변화와 상실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거울 앞에서 마주하는 외모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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