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의 하버드 졸업생 정윤석은 자신의 AI 칩 스타트업 'Rebellions'의 생산 파트너를 찾을 때, 모국인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어느 나라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만을 택했죠. "대만은 작고, 타이페이도 작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모든 게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여요"라고 그는 말합니다.
정윤석만이 아닙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같은 AI 선두주자들도 대만에 주목하고 있어요. AI 칩을 만들고, 서버를 구축하고, 기기를 냉각하는 데 대만 기업들의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덕분에 대만 주식시장은 지난 1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웠고, 특히 TSMC(대만반도체)와 훙하이(폭스콘)가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4,000억 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이번 상승장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낙관론자들은 ChatGPT 시대의 제조 기지가 대만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하죠. 이는 대만이 AI 붐의 핵심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 미국 상무부 관리였던 션 킹은 "대만은 정말 AI를 움직이는 엔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험도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 생산 생태계의 중심이 중국이 아닌 그 작은 이웃나라로 옮겨가고 있어요. 미중 갈등으로 인해 많은 AI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서의 생산을 꺼리게 된 것도 한 요인이죠. 하지만 대만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중국의 관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대만을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분리된 영토'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대만의 성공 스토리에서 TSMC는 핵심 주역입니다. 경쟁사인 인텔과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동안, TSMC는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죠. 전 세계에서 가장 첨단 반도체의 거의 모든 생산을 담당하고 있어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도 자사의 AI 가속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오직 TSMC뿐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대만에는 TSMC 말고도 AI 발전에 꼭 필요한 숨은 강자들이 많습니다. 서버 제조사 Quanta Computer, 전력 장비 선두주자 Delta Electronics, 컴퓨터 냉각 시스템의 개척자 Asia Vital Components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대만 기업들은 2032년까지 1.3조 달러(약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퍼스트캐피탈매니지먼트의 에드워드 첸 회장은 "이번에는 대만 기업들에 대한 낙관론이 과거보다 더 강하고 오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TSMC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의 파트너를 선택하는 핵심 역할을 하면서 "대만의 기술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죠.
실제로 대만의 대표 주가지수인 Taiex는 지난 1년간 40%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중국, 홍콩, 인도,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지수를 크게 앞선 성과입니다.
대만이 테크 허브로 성장한 건 1980년대부터였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값싼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유명하던 대만에 저가 제품 생산을 맡기기 시작했죠.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만 기업들은 더 정교한 제조업체로 발전했고, 중국 본토에도 공장을 열었지만, 가장 첨단 기술은 항상 자국에 남겨뒀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대안을 찾아야 했고, 이는 많은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중국의 AI 하드웨어 산업은 사실상 무력화됐죠. 2024년 첫 9개월간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서버와 그래픽카드 수출에서 대만은 중국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딱 나타나요. 중국의 AI 하드웨어 산업은 불과 2년 만에 거의 실종 수준이 됐고, 2024년 들어 9개월 동안 AI용 서버와 그래픽카드 수출량을 보면 대만이 중국의 두 배가 넘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반전이죠.
"오늘날 클라우드 서비스 거물들을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 모두 ChatGPT를 따라잡으려고 열심인데, 이들이 서버를 채울 때 하나같이 대만 기업들에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AI 시스템과 서비스에 대한 세계 지출이 2028년까지 6,320억 달러(약 820조원)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해요.
대만경제연구소의 리우 페이 첸 연구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만은 AI 관련 하드웨어의 원스톱 쇼핑몰이에요." 마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는 대형마트처럼, AI 하드웨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대만에서 구할 수 있다는 거죠.
쉽게 말해서, ChatGPT 같은 AI 서비스로 미래를 바꾸겠다는 거대 IT 기업들의 꿈이 결국 대만의 손을 거쳐 현실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AVC의 센 칭 항 회장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성공 드라마 같습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그의 회사는 컴퓨터에 달린 기본적인 알루미늄 방열판이나 만드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칩을 식혀주는 첨단 수냉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죠.
그의 성공 비결은 집요함이었습니다. 2014년, 센 회장은 아마존과 아무런 거래도 없었지만, 아마존 본사 맞은편에 사무실을 차려놓았어요. 왜냐고요? 아마존이 경쟁사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클라우드 컴퓨팅용 서버를 설치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거든요. 그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죠.
61세의 센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매일같이 찾아가서 물었죠. '우리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무료로 전체 시뮬레이션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새로운 기술도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3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아마존이 '그래,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두 회사는 함께 일하고 있죠.
이건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기회가 보이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라'라는 대만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죠."
"대만 기업들의 특별한 매력이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존, 엔비디아,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계속 대만을 찾는 비결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들이 보입니다.
첫째는 '고객 우선' 정신이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반도체 부족에 시달릴 때, TSMC는 어떻게 했을까요?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있었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인상 폭을 최소화했어요. 그들의 말을 빌리면 "기회주의적이 아닌,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하네요.
둘째는 '빠른 변신' 능력입니다. 훙하이(폭스콘)와 콴타는 원래 아이폰이나 맥북을 조립하는 회사로 유명했죠? 하지만 지금은 AI 서버 주문을 따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시장이 바뀌면 기업도 바뀌는 거죠.
셋째는 '미래 투자'에 대한 과감함입니다. AVC, 델타, 콴타는 매년 영업비용의 절반 정도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어요. 그것도 모자라 지리적 다각화도 꾀하고 있죠. AVC만 해도 최근 베트남에 새 공장을 세웠는데, 1-2년 안에 4억 5천만 달러(약 5,850억원)를 투자한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대만 기업들은 '고객을 섬기고, 빠르게 변화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할 수 있겠네요."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대만 기업들의 도전도 더욱 거세지고 있어요.
엔비디아의 행보를 보면 이게 얼마나 큰 도전인지 알 수 있죠.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더니, 이제는 새로운 블랙웰 칩 수십 개를 하나의 서버에 몰아넣었어요. 이걸로 더 강력한 차세대 AI 모델을 학습시키겠다는 건데요.
'NVL72'이라 불리는 이 괴물 같은 서버, 가격이 무려 300만 달러(약 39억원)가 넘을 수도 있대요. 문제는 이 서버가 엄청난 열을 뿜어낸다는 거예요. 기존 제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죠.
덕분에 Delta나 AVC 같은 대만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이 어마어마한 열을 어떻게 식히지?' '이렇게 큰 전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급하지?' 말 그대로 창의력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실리콘밸리의 AI 칩 스타트업 'SambaNova SYstems'의 CEO 로드리고 리앙이 대만에 매료된 이유를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사업 파트너를 찾으려는 창업자가 대만에 오면, 오후 시간 하나로 Delta, AVC, Quanta를 모두 만날 수 있어요. 고속철도를 타고 북쪽 타이페이에서 남쪽 가오슝까지 한 시간 반이면 가니까요."
이런 지리적 이점이 대만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데요. 좁은 땅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도 한몫합니다. AI 붐을 놓치지 않으려는 대만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라면 뭐든 잡으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리앙 CEO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AI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된 시대예요.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찾아 대만을 계속 찾을 거예요."
한마디로, 대만이 가진 '작지만 강한' 매력이 세계의 AI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치 한 건물에 모든 게 있는 원스톱 쇼핑몰처럼, 대만은 AI 하드웨어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된 셈이죠."
<출처: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