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럼프의 이중적 무역정책은 테슬라와 밈코인때문이다...

by 투영인


트럼프 첫 임기 때의 관세 정책은 중국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죠.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황당한 명분으로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기도 했지만, 실제로나 겉으로나 중국이 최대 무역 적국이었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10% 관세를 부과하되, 중국에는 60%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거든요.


그런데 트럼프 2기 첫 관세 정책을 보니 의외네요. 중국에는 10%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오히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합니다.


기존에 중국에 부과하던 19%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긴 하지만, 이제 캐나다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떠안게 된 셈입니다. 게다가 캐나다는 중국보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큰 타격이 될 것 같네요.


2-1.png?type=w1


정리하자면, 군사적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독재 정권에는 가벼운 경고 수준의 제재를 가하면서, 오히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동맹국을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거네요.


더 심각한 건, 중국은 큰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역 흑자가 늘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실패한 국내 정책을 수출로 만회하려는 시도를 반영하고 있죠. 반면 캐나다는 수출입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2-1.png?type=w1

캐나다가 미국과의 양자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즉, 미국에 파는 것이 사는 것보다 많죠. (그런데 트럼프는 이 무역 흑자 규모를 2~3배나 과대 포장하면서, 전혀 말이 안 되는 주장이지만 이를 '보조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역 흑자는 전적으로 캐나다의 에너지 수출, 특히 미국 중서부 지역으로 수출하는 석유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2-1.png?type=w1


결론적으로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 더군다나 중국보다 우리 이웃 국가를 더 가혹하게 다루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변인은 북쪽 국경을 통해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뿐더러 설사 사실이더라도 관세 부과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죠.


하지만 이런 관세 정책이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일까요? 실제로는 실권을 쥔 사람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은 아닐까요?


제가 보기에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건 순전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그냥 자신의 권력을 뽐내는 쇼라고 볼 수 있죠. 많은 사람들이 이게 최악의 정책이라고 지적할수록, 오히려 트럼프는 '내가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고, 나야말로 가장 똑똑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의지를 더 불태우는 것 같네요..


중국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할까요? 일론 머스크가 중국을 온건하게 다뤄야 하는 강력한 사업적 이유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1월 Politico Europe은 이렇게 보도했죠: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이 미중 관계를 관세 전쟁과 국제 분쟁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유럽은 그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의 강경책을 제어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그의 회사는 중국과의 좋은 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중국의 그런 판단이 정확했던 것 같네요.


거기다 트럼프의 사익 추구도 문제입니다. 특히 본질적으로 아무 가치도 없는 $Trump와 $Melania 토큰 건이요. 누가 이런 토큰을 샀을까요? 진실을 모르는 매가(MAGA) 지지자들을 속이기 위한 수법이었을까요?


소액 투자자들도 꽤 샀지만, 체이널리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토큰의 94%는 약 40명의 '고래'들이 구매했다고 합니다. 각각 1천만 달러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대규모 구매자들이죠.


이 '고래'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투자처를 찾아서가 아니라, 영향력을 사려고 한 개인이나 단체일 거라고 추측하는 게 그리 무리는 아닐 것 같네요.


이 '고래'들 중 일부가 사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아닐까요? 다시 말해, 중국이 트럼프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대가로 낮은 관세를 얻어낸 건 아닐까요? 물론 이는 순전히 추측일 뿐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꽤나 그럴듯한 가설 아닐까요?


더 넓게 보면 이런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부패했다면, 중국 같은 독재 국가들이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외국 정상에게 뇌물을 주어 유리한 무역 조건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스캔들이 되고 의회 조사가 시작될 테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어쨌든 현실은 이렇습니다. 트럼프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동맹국에 파괴적인(그리고 자기 파괴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정작 경쟁국이자 잠재적 적국은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걸 단순한 어리석음으로만 설명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물론 어리석은 면도 많이 있지만요.


<출처:Paulkrugman.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Buy the Dip"전략을 아직도 실행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