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서 에너지·소재·인프라로
지난 20년 동안 투자 지형은 하나의 강력한 흐름으로 규정되어 왔다.
‘지능형 투자 2D(Intelligent Investing 2D)’의 부상이다. 스크린, 소프트웨어, 디지털 참여로 구성된 2차원 영역은 거의 무한한 확장성과 거의 0에 가까운 한계비용(marginal cost)을 무기로 글로벌 자본의 대부분을 흡수해 왔다.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이 디지털 패권의 경제 논리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AI는 코드, 콘텐츠, 심지어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수준의 디지털 ‘창작 비용’을 급격히 낮춘다. 그 결과 시장이 가장 높게 평가하던 디지털 자산 자체가 빠르게 범용재(commodity)화되고 있다.
지금은 자본 레짐(regime) 전환의 문턱에 있다.
디지털 세계가 스스로 만들어낸 ‘디지털 공급 충격’(deflationary supply shock) 속에서 디플레이션에 잠기기 시작하는 반면, 원자(atoms)·에너지·금속·인프라로 구성된 3차원 세계(3D)는 희소성(scarcity)의 시대로 진입한다. Massif Capital의 Will Thomson은 “지난 30년의 플레이북이 깨졌다”고 말한다.
2026년은 되돌아보면 ‘안티프래질(antifragility, 충격에 더 강해지는 성질)’이 소프트웨어 회사의 소유자에서 구리 광산의 소유자로 이동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 임박한 ‘2D-3D 분기’와 실물자산(real assets)으로의 전략적 재배분 근거를 정리한다.
AI는 인간 생산성을 재편하는 기술 혁신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디지털 지능의 창조자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동안, 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제는 두 생태계로 뚜렷하게 갈라지는 국면에 접근한다. 하나는 스크린·소프트웨어·비트(bits)의 ‘2D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인프라·원자(atoms)의 ‘3D 세계’이다.
지난 15년 동안 2D 세계는 사실상 ‘유일한 게임’이었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깝고 규모의 한계가 없었다. 소프트웨어 코드는 철강, 연료, 운송비를 거의 추가로 쓰지 않고도 수백만 번 복제할 수 있다. 이른바 ‘무한 마진(infinite margin)’의 경제학은 금융시장을 강하게 유혹했고, 결과적으로 S&P500의 전례 없는 쏠림으로 이어졌다.
생성형 AI의 부상은 2D 지배에 ‘양날의 검’이다. AI가 코드·콘텐츠 생산을 민주화하면서 디지털 경제에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공급 충격이 발생한다. 시장이 가치 있다고 학습해 온 대상이 AI로 빠르게 범용화된다. AI 에이전트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잘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면, 단순한 ‘SaaS 래퍼(SaaS wrapper)’의 가치가 붕괴한다. AI가 텍스트·이미지·영상을 즉시 생성할 수 있다면, 디지털 미디어 인벤토리(광고 재고)의 한계가치는 0에 수렴한다.
반대로 3D 세계는 공급 절벽(supply cliff)에 직면한다. 톰슨이 지적하듯 “프롬프트(prompt)로 새 구리 광산을 만들어낼 수 없다.” 알고리즘으로 기저부하(baseload) 전력 1GW를 ‘생성(generate)’할 수도 없다. 3D 세계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아니라 물리학·지질학·열역학의 법칙을 따른다. 여기에 3D 세계를 규율하는 정치·규제 변수까지 얹히면, 실물 영역의 공급 증가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남는다.
[표 1: 핵심 차이 — 2D 세계 vs 3D 세계]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로테이션이 심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시장은 10년이 넘는 ‘기술주 예외주의(Tech Exceptionalism)’로 길들여져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배적 서사는 “저성장 세계에서 성장할 수 있는 섹터는 기술뿐”이라는 믿음이었다. 이 믿음은 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자연법칙처럼 취급될 정도로 굳어졌다.
‘미국 기술주 예외주의’도 수년간 미국의 초과성과를 견인했다. 투자자들은 같은 트레이드에 군집했다. 즉 “long US large-cap growth vs short commodities and value”현상이 지배적이었다. Horizon Kinetics의 머리 스탈은 이를 ‘흡입 펌프(suction pump)’ 효과로 묘사한다. 자본이 시장 전반에서 빠져나와 소수 메가캡으로 집중되며 밸류에이션이 왜곡된다는 의미이다.
투자 세계에서 “어제 성과가 좋다”고 “내일도 잘될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시장은 2D 세계의 상당 부분을 ‘완벽(perfection)’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3D 세계의 상당 부분은 ‘소멸(extinction)’로 가격에 반영한다. 이는 자본 사이클(capital cycle) 반전의 전형적 조건이다. 최근 매그니피센트7(Mag 7)의 시가총액이 S&P500의 약 35%에 육박했는데, 이는 패시브 투자자에게 레짐 변화 리스크를 크게 만든다.
[그래프 2: S&P500 시가총액 집중도의 진화]
핵심 통찰은 직관에 반한다. 많은 투자자가 AI를 ‘노동과 지능 비용을 낮추는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본다. 이는 2D 경제에서는 사실이다. 그러나 3D 경제에서는 AI가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동한다.
AI 시대의 아이러니는 AI가 극도로 ‘물리적(physical)’이라는 점이다. 클라우드는 철강으로 만들어지고, 데이터센터는 전자(electrons)로 돌아간다. AI 질의(query)는 전통적 검색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AI 인프라 구축(데이터센터, 전력망 업그레이드, 냉각 시스템)은 막대한 구리·알루미늄·기저부하 전력을 필요로 한다.
AI는 ‘사이펀(siphon)’처럼 작동한다. 디지털 층(layer)에서는 디지털 상품 공급을 폭발시켜 가치를 흡수(가격 하락)하고, 물리 층에서는 실물 자원 수요를 늘려 가치를 주입한다. 디플레이션적·과잉공급의 2D 세계에서 자본이 빠져나와, 인플레이션적·희소한 3D 세계로 자본이 유입되는 ‘대전환(Great Rotation)’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환에 앞서 움직이는 것은 투기적 행위라기보다 방어적 선택이다.
일부는 AI가 채굴·생산 효율을 높여 3D 세계에서도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공산이 크며, 2D 세계에서 AI가 가격을 무너뜨리는 속도에 비하면 훨씬 먼 이야기이다.
소프트웨어 투자 논리는 ‘높은 전환비용(switching costs)’과 ‘독점 코드(proprietary code)’가 핵심 해자(moat)라는 믿음 위에 서 있었다. 생성형 AI는 이 장점을 지우는 지우개처럼 작동한다.
SaaS 모델을 보자. 매출 대비 10배·20배·50배 같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정당화된 배경은, 고객을 확보하면 90%+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사실상 영원히 가능케 하는 구독(subscription) 모델이라는 가정이다. 이는 코딩이 어렵고 경쟁 제품으로의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이 어렵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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