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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Mar 21. 2020

오케이와 올롸잇

겉멋인가 미국 스타일 영어인가

오케이(OK)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잘 쓰는 영어지요. 그런데 올롸잇(All right 혹은 Alright)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제가 나름 한국에서 외국인 회사만 이십 년 넘게 다녀서 주변에 그래도 영어 좀 한다 하는 사람들 많지만, 한국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때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나 영어로 이야기할 때나 올롸잇이라고 하는 사람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미국에 와서 보니까 이상하게 사람들이 올롸잇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게 느낌일 수밖에 없는 것이, 제가 일일이 오케이와 올롸잇을 들을 때마다 숫자를 세지 않기 때문인데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매우 심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저로서는, 미국에 와서 제 귀에 올롸잇이 훨씬 많이 들리는 것이, 정말로 미국 사람들이 그 말을 더 많이 써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귀에 낯설어서 그렇게 들리는 것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분명히 제 느낌에는 오케이보다 올롸잇을 더 많이 씁니다. 그것도 비슷한 수준이 아니고 압도적으로 alright을 더 많이 쓴다고 느껴집니다. 이왕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OK와 alright이 쓰이는 용도를 살펴볼까요? 물론 너무나 쉬운 영어라서 다 알지만 한번 정리를 해보지요. 많은 사람들이 권위가 있다고 하는 캠브리지 영어 사전에 나온 표현들을 찾아봤습니다. 그 사전에 따르면, Okay (혹은 OK)의 첫 번째 용법으로 discourse marker로 쓰인다고 나옵니다. 아, 뭔가 단어를 찾으려고 영영 사전을 찾았을 때 느끼는 좌절이 바로 나와버리네요. 모르는 영어 단어를 설명하는 영어 단어를 못 알아듣는 참으로 거시기한 상황이 벌어지네요. 도대체 discourse marker가 뭔지 검색을 해 봤는데, "담화 표지(표시어)"라고 나오네요. 바로 좌절했습니다. 영어도 어려운데 한글 해석까지 이렇게 나오면 도대체 어쩌라고...   -_-;


다시 국어사전에서 담화의 뜻을 찾아보니 좀 공식적인 대화를 담화라고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담화문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런 의미 외에는 그냥 대화라는 말의 동의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뭐 하여튼, 어떤 대화나 새로운 주제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제가 앞 문장에 쓴 "뭐 하여튼"이나 아니면 이 문장을 열기 위해서 쓴 "사실" 이런 것도 담화 표지어라고 하네요. 


다시 OK의 discourse marker의 용법으로 돌아가서, 아래와 같은 예제가 나옵니다:


A: I’ll see you at 5 in front of the library.

B: OK. See you later.


별거 없죠? 해석도 다 되고 매우 친숙한 표현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동의한다는 의미로 쓰는 거죠. 미국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제 느낌에는 Alright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Discourse marker로 OK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거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도 쓰입니다:


Okay, let’s get into groups of four now.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도 Alright을 더 많이 쓴다고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서 회의를 시작할 때 처음에 약간의 스몰 토크(Small talk: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하는 가벼운 잡담)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할 때 "Alright, let's get started."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죠. 물론 "OK, let's get started."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저도 처음 미국 왔을 때는 거의 항상 그렇게 이야기했고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영어 환경에서 살다 보니 이상하게 Alright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이럴 때 절대 정직하게 "올.롸.잇"이라고 발음하지 않더군요. 들리는 대로 쓴다면 '아라잇'이라는 희한한 소리로 들립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가볍게 스치고 간 그 단어가 제가 아는 그 Alright이었는지 알아듣는 것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제가 다른 글(https://brunch.co.kr/@tystory/5)에서 햄버거 가게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For here or to go?"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미국 처음 왔을 때 고생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 Alright이라는 하나의 단어에서도 비슷한 궁금증이 생기는 겁니다. 영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미국에 와서 살다 보니 이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들이 있고, 그런 말들을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저는 쓸 일이 없으니 들리지 않아서 힘든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물론 Alright이라는 말 안 쓰고 그냥 OK라고 해도 괜찮을 겁니다. 다들 알아들을 거고요. 하지만, 미국 온 지 3년 좀 넘어서, 저도 이제는 OK라는 말보다는 Alright이라는 말을 훨씬, 거의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절대 정직하게 "올.롸.잇"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아라잇"이라고 가볍게 굴리면서 말을 합니다. 제 느낌에 미국인들이 더 많이 쓰는 단어를 미국인들과 비슷한 발음으로 하는 것을 보면 제 영어가 더 미국 영어에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럴 시간에 모르는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것이 더 영어가 유창 해지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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