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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Dec 26. 2020

강경화 장관 영어

목표냐 망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연히 최근에 강경화 장관이 CNN과 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XJoJ8lugRY) 일주일 정도 전에 한 것인데, 한국이 워낙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가 훌륭했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가 이번에 확진자 폭증 사태를 맞은 상황에 대한 인터뷰여서, 아마 답변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 많았을 겁니다.


중환자 병상의 부족이라던가,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경제봉쇄 (lock down) 가능성의 논의에 대한 의견이라던가, 백신의 신뢰성 문제라던가, 북한의 상황, 그리고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오는 것 등을 포함한 상당히 민감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고, 아무래도 방송과의 인터뷰이다 보니까 답변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제가 CNN과 인터뷰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아마도 질문 리스트는 주고받았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어느 정도 답변을 준비할 시간은 있었겠습니다만, 인터뷰의 특성상 무슨 방송 대본처럼 진행이 되지는 않고, 상당히 많은 부분은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강 장관의 스타일로 답변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합니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이나 외교 문제보다는, 영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자 합니다. 외교부 장관이니 당연히 저 정도 영어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도 유엔에서 오래 근무했으니 영어를 잘하는 게 놀랍지 않을 수도 있겠죠. 궁금해서 온라인에서 이력을 살펴봤는데, 55년생이고 64년에 아버님을 따라서 미국에 가서 2년을 살다 돌아왔다고 하네요. 10살 11살 정도였으니, 초등학생 때 아주 중요한 2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이때 영어가 많이 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를 했는데, 이때 전공이 커뮤니케이션이었네요. 제가 아주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만, 박사 논문의 제목이 "TRANSCULTURA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BREACH MANAGEMENT AND FAMILY PARADIGM IN EXPERIENCING A NOVEL CULTURE"라고 되어 있더군요. 난해합니다.  제가 친숙한 분야가 아니라서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첫 단어에서 딱~ 막히죠? -_-;


본인이 논문에서 직접 밝힌 "Transculturation"의 정의는 다음과 같네요: "the process in which an individual accomodates novel experiences with his/her existing interpretive scheme with resulting changes in the interpretive scheme itself." 이거 읽어보면 감이 좀 오시나요? 저는 더 헷갈렸습니다. 여기저기 영어 사전을 뒤져보면, 대충 문화의 변이 현상, 즉 새로운 문화의 유입으로 기존의 문화가 변화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같네요. 그 기준으로 보면, 저 논문은, 새로운 문화를 겪으면서, 기존 문화와의 차이를 다루는 방식과 가족관의 관계에 대한면에서 그 문화 변이 현상을 살펴보겠다...라는 논문인것 같습니다. 아오 힘들어...


보통 유학을 한 사람들이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특히 문과가 아니고 공대 쪽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하고도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공부하는 주제가 워낙 공학이라는, 일상과 좀 떨어진 분야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과 쪽 분들, 특히 저런 주제로 석사와 박사까지 공부하려면 좀 더 현실과 밀접한 영어를 많이 접하게 되겠지요.


직장생활을 해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Field Engineer로 외국인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요, 대부분의 업무가 제품을 설명하고 시연을 하는, 좀 기술적인 분야라서 사용하는 영어 표현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엔지니어링 팀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분들이라면 특정 기술 관련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을 할 테니, 어느 정도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 필드 엔지니어들 보다도 오히려 더 영어 사용 환경이라는 면에서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제목 이야기하다가 좀 옆길로 샜는데요, 하여튼 매사추세츠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박사 하면서, 어릴 때 미국 2년 살면서 기초가 잘 쌓인 영어가 더욱 성숙해졌을 거라고 짐작을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아마 잠깐 일을 하다가 몇 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유엔으로 가서, 그 후에는 쭉 외국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뭐 강 장관님 이력서 검토가 이 글의 주제는 아닙니다만,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좀 더 감정이나 상황이 입이 잘 될 듯해서 검색을 해 본 겁니다.


물론 어릴 때 2년 정도 미국에 살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토종 한국인으로서 저 정도의 연세에 참으로 고급지게 영어를 잘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부터 미국에 쭉 살아서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영어는 분명히 아닙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이 없고, 왠지 노력하면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입니다. 제가 만만하게 볼 영어는 절대 아니지만, 하여튼 일종의 롤모델로 삼고,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보여준다는 의미입니다. 발음도 분명 훌륭하지만, 원어민처럼 굴리는 발음이 아니고 오히려 좀 딱딱 떨어지는, 정확하면서도 딱히 어떤 악센트가 느껴지지는 않는, 참으로 모범적인 영어 발음으로 저한테는 들리거든요.


외국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해 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는 제가, 4년 전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것은, 뭐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할만하네라는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영어가 더 어렵게 다가왔고, 올초에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한 후에는 아주 절실하게 제 영어 실력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했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


제가 요새 힘들어하는 부분은 말하기입니다. 물론 어학이라는 것이,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가 잘 균형을 이뤄야 하겠습니다만, 읽기나 쓰기라는 부분은, 예를 들어서 업무 관련된 자료를 읽는다던가, 이메일이나 보고서를 쓴다던가 하는 것이 회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이 반드시 실시간으로 잘해야 할 필요는 없거든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 찾아보면 되고, 잘 생각이 나지 않는 표현이 있어도 구글링 몇 번이면 좋은 표현들을 많이 찾아서 활용을 할 수 있죠. 물론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노력을 해서 크게 티가나지 않도록 비슷하게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 부분의 반대되는 예를 하나 들어보면, 올해 코로나 사태로 화상 회의가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제가 화면을 공유해서 실시간으로 미팅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그럴 때 보면 유독 스펠링 실수가 많습니다. 타이핑 미스가 아니고, 정말로 정확한 스펠링이 잘 생각이 안 나고, 철자에 l이 한 개인지 두 개인지, 모음이 ou인지 그냥 u 인지, 하여튼 뭐 엄청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같이 보는 화면에 타이핑을 할 때, 아주 무식이 통통 튈 때가 자주 있어서, 어떻게든 쉬운 단어를 찾아서 쓸려고 진땀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듣기도 그래요. 물론 중요하죠. 커뮤니케이션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물론 상황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듣기는 좀 수동적인 활동이잖아요? 잘 못 알아들었으면 그 자리에서 다시 물어보거나, 나중에 다른 식으로 확인을 해도 되고요. 그런데 말하기는 그게 힘들어요. 내가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고, 실시간으로 적절한 단어를 떠올려서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만든 다음에 단어의 발음에 맞게, 그리고 전체적인 문장의 강약과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는 행위이니, 언어의 모든 분야의 능력이 고르게, 그리고 실시간으로 발휘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외교부 장관 자리가 영어 실력을 보고 뽑는 자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도 어느 정도 고려가 되기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필요한 자질, 즉 국제적인 외교분야에 대한 감각과 정치력, 협상력 등등, 그 사람이 어떤 "내용"을 말할 수 있느냐가 그 내용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경화 장관은, 이 내용에 대한 부분에서 실력이 되었기에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이고, 영어는 이를 돋보이게 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지 방법이 된 것일 뿐이고요. 


이것을 제 입장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목표가 분명해질 듯합니다. 제가 미국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잘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실력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겁니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지식이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하면 채워가면 되고요. 하지만 현재 제 경력과 지식을 볼 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실력만 본다면 그리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감히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요, 그렇게 대단한 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


근데 제가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 영어가 많이 부족해서, 제 경력과 능력에 맞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이를 잡지 못할 것 같다는 부분에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많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떻게 설득해야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지도 알 것 같은데, 영어의 한계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도 힘들고 프로젝트도 힘들고,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실력에 비해서 오히려 언변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발표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분에 넘치는 이익을 본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그 정도까지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불편해서, 일을 하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지금도 미국에서 일은 그럭저럭 해내고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100이라면 50이나 60 정도 겨우 한다는 느낌입니다. 이걸 80이나 혹은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60이니 80이니 하는 것이 순전히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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