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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n 14. 2022

타인의 죽음을 발판삼아 살아가는 여자

Audrey의 이야기


죽음은 시작에 불과하다


   Audrey는 30대 중반 여성으로 범죄에 연루되어 심리치료소에 의뢰되었다. 직업은 장의사이며, 장례지도과정 및 유족의 시체처리 및 애도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Audrey가 사는 남부지방 장례식 과정중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물품을 같이 묻고, 죽음의 신이 영혼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연옥으로 가는 나룻배를 탈 수 있도록 금화를 같이 묻는 풍습이 있는 듯 하다. 관례적으로 죽은이에게 금화를 같이 묻는 것이 전통이며, 금액은 보통 방문객당 금화나 은화를 안치한 묘지위에 던저주며 고인의 영혼이 올바른 길로 인도되도록 빈다. 이 과정에서 Audrey는 죽은이의 장례과정을 치른 후, 파묻힌 묘실을 다시 파내어 금화를 몇푼씩 꾸준히 모았던 것이다.


  핵심적인 것은 Audrey는 범죄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않았다. 타인의 죽음에 대하여 어떠한 심리적 불쾌감을 얻지 않았고, 도리어 그녀는 다른사람이 죽음으로서 자신의 밥벌이를 하는 것에 정당한 과정이며 Audrey는 이러한 과정이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치른 것일 뿐" 법적인 문제가 자신을 항상 얽매는 것이라며 농담조로 투덜거렸다.

  그녀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하여 언급하자 "선생은 산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지만, 나는 시체들을 골백번 만져봤다. 죽은이를 어떻게 다룰지는 내가 전문가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녀의 도굴행각이 발각되며 훔친 유산들이 샅샅이 파헤쳐지기 시작하자, 그녀에게 피해받은 많은 유족들은 집단으로 그녀를 소송했다. 그녀는 현재 법적 재판과정에 있으며 심리적 여부에 대한 법적 이득을 위해 심리치료를 의뢰하였다.



  Audrey는 자신의 어렸을 때 모습을 총명하고 어여쁜 소녀라고 표현하였다. 그녀는 무용과 발레, 서양 전통의 격식차린 예절들을 배우며 가정생활을 이어나가며 충실한 가톨릭 집안의 일원으로서 살아왔다고 말하였다. 그녀가 회상하는 어린시절은 마치 동화에 나올법한 모범생 공주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매우 엄중하면서도 독실하신 자"라고 말하며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표현하였는데, 그녀가 "올바른 격식과 법칙들을 강요당한 것은 아버지의 아집이 팔할이오, 그리고 멍청한 어머니의 침묵이 이할"이라고 말하였다. Audrey의 말로 추측하건데, 그녀는 부모님에 대한 고전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듯 했다.


  Audrey가 자신이 본격적으로 어긋난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은 카톨릭 가문끼리의 정략결혼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겉으로는 아버지와 같이 고전적인 남성성을 드러내는 사람이었으나, 술과 담배, 그리고 돈을 흥청망청 쓰는 부랑배와 다를바가 없다고 하였다.

  Audrey는 몇 년 동안 시집살이를 하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곤 했으며, 그때마다 자신이 마치 "겉만 번지르르한 한량의 뒷바라지를 하는 하녀같은 삶이었다."라고 회고하였다. 그녀가 자신이 한없이 아버지 앞에서 침묵하며 흐느끼던 어머니와 닮아간다고 느끼자,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혼생활 3년째에 그녀의 남편은 사고로 인하여 죽었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운전을 하다가 사망한 것이었는데,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그토록 바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는 다르게도, 남편의 죽음으로 인하여 내려온 것은 거대한 손해배상 뿐이었다. 첫 번째로 Audrey의 친정에서 남편의 죽음을 방관했다고 주장하며 살인죄로 그녀에게 이혼소송과 법적소송을 내 걸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었다. 두 번째는 남편의 빚이었다. 술과 도박으로 빚을 수십명에게 독촉당하는 상태였고, 방탕한 댓가는 Audrey에게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빚을 갚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했으며, 그녀 말에 따라 '온실 속 화초'로 자란 20대의 그녀에게는 집안일조차도 버거운 것이었다. 그때 시급이 가장 높았던 장례지도일을 택하게 되면서 시체안치소에서 일을 배우며 빚을 갚아나갔다고 한다.

  비위강한 사람조차 꺼려한다는 시체처리과정을 그녀는 수백번 수천번 다루며 자신의 몸보다 무거운 시체들을 옮기며 파묻었다고 한다. Audrey의 세련된 말투와는 반대되는 그녀의 손은 그동안의 삶을 보여주는 듯 했다. 세로로 갈라진 손톱, 여자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굳은살과 불에 데인 자국들, 그리고 끔찍하게 찢어진 손등자국까지 모두 '조숙한 숙녀가 맡기엔 꽤 가혹한 일'이라고 표현하였다. 그에 대한 전리품으로 금화 몇 푼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말하곤 했다.

  죽은이는 말이 없는 법이라며, 자신처럼 "교양인과는 다르게 남편과 같이 죽은 이후에 비로소 쓸모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라며 고인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산 사람의 당연한 권리(당연히 그 권리는 Audrey 자신만의 특권이다)인 듯 말하였다.




   Audrey는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자각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범죄행위에 대하여 교묘하게 설계한 것은 그녀의 지능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녀가 범죄행위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댓가로 당연시하게 생각한다는 점과 타인의 감정적인 부분을 업신여기며 물질적인 부분으로 통용하려 한다는 점은 그녀가 상당히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 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녀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임을 고려하면 이미 신경증적 성격구조로 자아동질적인 상태양상을 보이며, 범죄에 대한 재발 및 향후 치료양상이 좋지 않을것임을 시사한다.


진단명 : F60.2 비사교적 인격장애 (Amoral; Anti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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