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을 통틀어 제일 많이 쓴 글은 소설입니다. 회사 서류를 써온 시간도 많지만, 어떤 글을 더 많이 썼을까 고민해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써왔으니 소설이 가장 많이 써온 글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시나 노래 가사를 적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해서 소설 쓰는 걸 동경하며 따라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예술이 자기표현의 행위라고 자주 말합니다. 제가 써온 것들을 보면 그런 멋진 말보다는, 주저리주저리 저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뿐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그늘진 부분들, 어디 말할 곳도 없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면 그 그늘진 것이 제 속에서 뽁 하고 떨어져 나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었던 게 아닐까요?
작년에 진행한 글 모임에서 첫 시간에 서로를 소개했다. 그때 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직업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직업이나 나이로 자신을 정의하는 것 말고, 더 재밌는 소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어떤 글을 가장 많이 써왔고, 글 쓰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혹은 좋은 추억이 있는지를 말하며 각자를 소개하자 했다. 그때 하지 못했던 내 소개를 이제야 적어봤다.
매일 블로그 글을 쓰던 고등학생 시절에도 에세이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일기 같은 걸 쓰더라도 짤막하게 기분 정도를 기록할 뿐, 내 이야기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내 삶에서 보이는 소박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보일 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나도 재미없는 소설을 끙끙대며 읽다가 결국 책을 덮을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내 글이 재미없다는 걸 중간에 눈치채고 시간 아깝다고 생각할까 봐 마음 졸였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을 쓰거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도, 재밌는 형태로 만들 자신이 없는 것들은 쓰지 않았다. 지루한 글을 쓰느니 작가가 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에 글을 써보자며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북 '좋은 이야기꾼이 될 거예요'가 어느덧 30편째 올라가게 되었다. 작년 여름 첫 번째 글을 올릴 때만 해도, 블로그처럼 마음 내킬 때 올리면 되겠지 했지만, 매주 강제로 연재해야 하니 쉽지도 않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도 하필 에세이라니.
책도 편식하던 나는 브런치를 쓰기 위해 여러 에세이를 읽어봤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들도 있었지만, 에세이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감정과 생각을 글로 다듬어 만든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이들은 휘몰아치는 온갖 마음들을 사진으로 찍은 듯 생생하게 글을 쓰기도 했다.
좋은 에세이를 읽고 나니 내가 쓴 주저리주저리 생각들을 글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문득 걱정이 떠올랐다. 시간 아깝거나, 노잼이라는 댓글이 달리면 어쩌지 근심이 덜컥 거리며 마음이 흔들렸다.
일주일에 한 편씩, 매주 쓰다 보니 어느새 내 일상과 생각을 적는 데 익숙해졌다. 그리고 사는 게 바빠서 다른 걱정도 많다 보니, 이제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불안함 때문에 방에서 퇴고만 수십 번 할 바에는 글을 안 쓰는 게 낫다. 매달 노래를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처럼 내 글들 중에서도 언젠간 히트글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모두가 즐거워할 완벽한 글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내가 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내 소박한 이야기를 찾아줄 사람이 있을 거라 믿는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매일 요상한 상상 속을 걸어 다닌다.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부터 시작해서 만약이 만약에 만약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무르고 문지르다 보면, 갈수록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브런치스토리 조회수 안에 갇힌 소박한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인터넷에 정유철 작가 신인 시절 에세이가 박제됐대 하며, 다들 내 브런치스토리에 몰려들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소설가가 되어야 할 텐데, 과연 나는 좋은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