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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Aug 31. 2023

내 생각이 언제까지고 옳은 생각일까?

어릴 땐 외계인이 진짜로 있을 거라 믿었다. 이 우주에 오직 인간만 고등생물이라고 하는 말이 너무 괘씸해서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만하고 뻔뻔한 그 생각이 싫다. 그래서 외계인을 믿고, 그래서 신이라는 것도 믿질 않는다.

존재를 부정한다기보다, 있더라도 추종하진 않을 거라는 반항. 모두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기를 믿어야만 도와준다는 이기심이 싫다. 


"거 더럽고 치사해서 그깟 축복 안 받아도 돼."

이런 생각이 무척 깨어있는 생각이라 믿었다. 무조건 남들을 따라가지 않고 소신을 내세우는 것. 

헌데 시간이 지나며 괜한 자격지심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보다 더 대단한 존재에 대한 우선적인 적대심.


현재에 불만족한 내가 더 나은 것들을 부정하고 지금 내가 뒤쳐진 게 아니라는 믿음이 필요했던 걸까? 

사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일은 아니다. 안 믿는 걸 안 믿는다고 하는 게 나쁜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을 부정하고 반대로 나아가다 보니, 옳은 것들을 눈앞에서 놓칠 때가 있다.

분명 저쪽에 좋은 길이 있는데, 내가 부정했던 것들과 함께 걷기 싫어서 다른 길을 간다. 사소한 거에 삐져서 까탈 부리는 어린애 같다.


더 이상 소신이 아닌 부정이다. 나는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려 소신의 길을 걸었다 믿었는데, 소신의 강박에 취해 고집의 앙탈을 부리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처음 내 소신은 타인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으로 싹틔웠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럴까?' 거기에 답을 내리고 나는 호기심을 닫았다. 

'내 생각이 맞을까?', '여전히 맞는 걸까?' 추가로 필요한 질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생각은 물과 같다. 병에 담듯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변해간다. 

내 생각은 다른 그릇에 옮겨지지 못하고 너무 오래 고였다. 맑았던 생각은 썩고 악취를 풍겼다.


이제 한 번씩 내 안에 담긴 생각을 살펴볼까 한다. 한 번 담겼다고 끝인 생각이 있을까? 더 오래가는 생각은 있겠지만, 이미 독이 돼서 나를 혹은 남을 공격하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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