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만족하는 날이 올까?
글을 쓸 때마다 늘 불만족에 시달린다. 쓰다 보면 점점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글의 분위기까지 뭔가가 틀어졌다는 강박을 지울 수 없다. 부사를 고쳐보고 조사를 바꿔보고 접속사를 넣었다 뺐다 반복한다. 장인의 섬세한 손 끝으로 다이아몬드를 조각하듯 미세한 것들을 바꾸며 최대한 내가 전하고 싶은 감각을 글에 담는다.
참 쓰잘데기 없는 정성이다.
그런 거 몇 개 놔둔다고 해서 이해 못 할 만큼 내용이 달라지진 않는다. 빨간 사과나 빨간색 사과나 다를 게 없는데 "지금 내 기분에는 '빨간 사과'라고 표현하고 싶어."라는 고집을 피운다. 문제는 바꾸고 나면 "어째 '빨간색 사과'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하고 금세 흔들리는 거다.
그깟 분위기가 그렇게나 중요한가?
글에 따라 자음이나 모음 하나를 바꾸는 것 만으로 글 전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시 같은 경우가 그렇고, 장르가 달라도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명 작가의 어느 글이라면 그 정도 영혼을 갈아 넣을 만하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고맙게도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천재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며 내 글을 찾진 않을 거라 믿는다. 감히 내가 뭐라고...
그렇기에 작은 공감, 작은 이해, 그저 이런 이야기도 있다고 들어주는 정도면 된다. 민들레 씨앗처럼 아주 작고 가벼운 바람이다.
그에 비해 글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크다. 모든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일까?
여러 글쓰기 모임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해 주며 내 의견을 더해본다. 사람은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에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면 내 생각을 말해준다. 좋다고 곧장 수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한 사람이 보완점을 말해주니 변명으로 맞받아 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결국 지친다.
'그래.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니까 그 선택은 당신 마음이지.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내 말을 듣던가, 아니면 그 우물 속에서 용사님이라도 되던가.'
이렇게 쿨한 척 심술을 나면 그 빈 공간을 강한 현타가 메운다.
'정작 내 글은 항상 불만이면서 남에 글엔 감히 뭐라고 잘만 떠드네...'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내 글에 접목시키면 될 일인데. 이렇게 내로남불일 수 있나.
이게 다 욕심 때문인가 보다. 나도. 그 사람도. 글에 조금 더 자신을 선명하게 담아내고 싶은 욕심. 그깟 거 조금 엉성하면 좀 어떻다고...
꼭 발바닥에 물린 모기자국 같다. 아무도 모르고 신경 쓰지도 않는데 오직 자신에게만 신경 쓰이는 그 무언가.
매번 쓰는 글, 그리고 지금 쓰는 이 글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 이런 미완성 같은 마음으로 남들에게 보이려는 게 죄스러우면서도 이게 온전한 내 모습이라는 가면을 씌워 글을 만든다.
애초에 완성의 글이라는 게 무엇일까?
지금껏 도달한 글이 있을까?
그저 그 모습의 글일 뿐, 사람의 생김이 모두 다른 것처럼 '그냥 그런 것' 아닐까?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욕심은 오늘도 내 글을 불만족스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