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형태일 수 있고, 색일 수 있고, 냄새일 수 있고, 촉감일 수 있다. 개별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런 거다. 같은 재료를 똑같은 기계로 찍어내 아무리 같다고 한들 둘 이상 존재한다면 그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위치)에 존재할 수 없는 각각의 것이다. 물처럼 섞여버린다고 하면 부피, 형태, 성질등 무언가는 달라진다. 그것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되는 거지 같은 두 가지의 증명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고 한들, 같은 배에서 함께 자란 쌍둥이라 한들 분명 다른 성질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남이면 오죽 더할까.
이 차이를 인정하는 데엔 이해가 필요하다. 상대의 성질을 이해하려는 이해.
서로 다름을 내 고집에 맞춰 재단하다 보면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그건 타협이 아닌 폭력이다. 어찌 모든 게 내 마음과 같을까? 서로의 생각도 감정도 반응도 대처도 해결도 다른데. 굳건함을 내세우며 밀어붙이다 보면 마주한 것들은 모두 절벽으로 밀려 넘어지게 된다.
상대의 성질을 이해하다 보면 나는 부드러워진다. 유연함으로 한 발짝 옆으로 빗겨보면 타인과 상황과 어쩌면 나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뾰족한 부분이 여전히 아프지만 이전만큼 아프진 않다. "아야!" 하는 소리는 나와도 한 번 쓰다듬고 넘겨버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다.
너무 고집부리지 말자. 각자의 성질머리만큼이나 모든 성질은 다르다.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는 것만큼 부질없는 게 어디 있을까. 당연한 것을 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혼자만 힘들 뿐이다.
나와 너는 다르다.
그러니 너는 나와 다르다.
그저 그런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