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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21. 2023

유별난 개인 규칙

루틴과 강박 사이 애매한 경계

아침 일찍 울리는 알람 소리에 짜증을 내며 습관적으로 폰을 확인한다. 제일 먼저 의미 없이 날씨를 확인하고, 밤새 쌓여있는 카톡을 살핀다. 

현재 내 카톡에는 별 메시지가 없다. 이것저것 다 정리한 탓에 이제 메시지가 쌓일 곳은 내가 만든 글쓰기 톡방뿐이다. 야행성 인원이 적은 탓인가? 생각보다 메시지가 없다. 오히려 아침 시작된 인사들이 더 많다.

그중에서 유독 내 아침잠을 확 깨우는 말이 있다.

"/일일미션"

아... 일일미션... 

가끔씩 자정이 지나서 잠들기 전에 바꿀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꾼다. 그냥 단순한 루틴처럼 행동하는데, 내가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일일미션을 확인하면 급히 초초함으로 매몰된다. 

'혹시 이거 바꾸는 동안 누가 한번 더 확인하진 않겠지?'

거참 뭐 별거라고 싶으면서도 괜히 쫄리는 기분이 든다. 

반대로 아침에 확인한 사람이 없다면 재빠르게 변경하면서 승리감 같은 만족감에 취한다.


나는 학교 다닐 적부터 '나와의 약속'이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도 알아주지도 않는 나만의 규칙. 

중학교 때던가? 고등학교 때던가?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8시 20분쯤 등교하고 8시 40분에 지각 체크를 했다.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고등학교였다면 그 당시 0교시로 더 일찍 왔을 거라 생각된다. 

여하튼 나는 혼자만의 규칙을 정해 7시까지 학교에 왔다. 음. 시간을 보니 고등학교 때 기억인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학교에 제일 먼저 와서 교실문을 열었는데, 가끔은 교문조차 열리지 않아 철문을 타고 넘은 적도 있다. 

등교시간까진 충분한 여유가 있으니 그냥 늦게 나오면 될 것을 왜 그리 아침 일찍부터 난리였는지.


유별난 이 습관은 여전히 여전하다. 내가 정한 규칙만큼은 꼭 지키고 살려고 한다. 어긴다고 피해 보는 것도 아닌데 괜한 불안감이 쌓이는 포인트다. 

이게 득인지 독인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신경을 쓰다보니 스트레스가 어마무시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일을 유지 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굳이 그렇게까지?' 싶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왔기에 틀어지지 않는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마냥 좋게만 생각 할 수도 그렇다고 불안요소로 삼기에도... 어느 위치에 기준을 잡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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