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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Apr 18. 2023

작은 세 잎 클로버

행복 속에서 행복 찾기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음...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도통 정할 수가 없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분명 행복한 기억들은 많은데 우선순위를 정할 수가 없다. ‘가장’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렇게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우선순위를 두고 싶지 않다.

 한 가지 기억에 '가장'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순간, 다른 행복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만 같다.

 기억으로 변환된 감정은 모서리가 닳은 조약돌처럼 뭉툭해져 모난 녀석이 하나도 없다. 크기와 모양이 달라도 결국 모두 같은 행복이니까.

 행복의 크기가 다를지언정 행복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불행 또한 마찬가지다. 죽고 싶었던 순간조차 지나고 나니 더는 아프지 않다. 아팠었다는 사실의 기록일 뿐, 지금 이 순간마저 아프지는 않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저 그런 시련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흐드러진 클로버 밭에서 네 잎 하나를 찾기 위해 애쓴다. 

 행복 사이에 숨은 행운을 찾듯이, 가벼운 행복들에서는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나는 요즘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이랄 것도 없다. 늘 이룬 게 없다는 생각에, 마음속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품고 산다.


 그런데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주변을 살펴보니, 나는 행복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냥 아무렇게나 떠올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마지막엔 결국 그 사람 생각으로 향하게 된다.


 그 순간 나는 소소하면서도 거대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을. 내가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음을. 그 자체가 품은 가득한 행복을 바라본다.


 드넓은 클로버 밭을 뒤적이면서 세 잎 클로버에는 관심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 많은 행복에 익숙해져 무뎌졌던 것이다.


 최근에 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글쓰기 클래스도 들었다. 

 그저 레벨업을 위한 심심한 노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행복이었다.

 나 자신을 생각하고, 걱정하며, 스스로를 보살피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의 관심. 

 나는 나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나는 행복 위에 살고 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조차도 행복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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