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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Feb 21. 2023

어둠속의 평안

나는 빛이 싫다. 싫다기보단 뭔가 불편하다. 암막커튼을 짙게 치고 불까지 끄면 어둠이 가득 찬다. 그 속에서 편안함? 안락함? 그런 포근함을 느낀다.  나는 어둠의 자식이다.

아마, 이것저것 신경 쓰는 성격 탓인가 보다. 최대한 시야에 닿는 게 없어지면 뇌가 좀 편해진다. 눈에 보이는 정보도, 머릿속 망상도 함께 처리해야 하는데, 온전히 머릿속에만 집중하게 되니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주변사람들은 이해를 못 한다. 왜 이렇게 컴컴하게 있냐고 쳐들어와 커튼을 열고 빛을 들이붓는다.  예전에 공황장애가 왔을 때는 이 부정적인 느낌이 더 컸다. 단순히 눈이 부신 걸 떠나 창 밖으로 뛰어내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몰아쳤다. 그래서 더욱 신경질 적으로 커튼을 사수했다. 그리고 마음의 창도 커튼을 쳤다.  몸도 마음도 날 가득히 감싸줄 어둠이 필요했다. 그게 좋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큰 장벽에 부딪혔다. 아내분 역시 빛의 추종자였다. 어둡게 하고 있으면 답답하게 뭐 하냐고 한 소리 뱉는다. 반항할 수가 없다. 엄마한테는 아들놈의 반항이랍시고 한껏 삐뚤어져 나갔는데, 아내분에겐 감히 나까짓게 이빨을 드러낼 수 없다. 그저 작은 한숨과 함께 커튼을 열어젖힐 뿐...

나는 어둠이 좋다. 누군가는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아무것 없다는 생각에 안락함을 느낀다. 어두워서 우울한 게 아니라, 어두워서 마음이 놓인다. 이런 사람도 있다. 아내분 이걸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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