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노란집』-《심심하면 왜 안 되나》
나는 사십 세에 처음으로 문단이란 데 얼굴을 내밀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 나이에 등단을 한다는 게 희귀한 예에 속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 나이에 소설을 쓸 엄두를 냈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어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심심해서 글을 썼노라고 대답했다.
(박완서 -『노란집』, 214p)
글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장광설을 길게 늘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실은 ‘심심해서’가 가장 컸다.
하루 종일 해야 할 것이 하나도 없는 삶.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많은 이들이 바라 못지않은 모습이었건만 나에게는 고통이었다. 생각한다. 아마 그들도 끝 모를 시간적 여유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앞에서는 결국 바빴던 예전의 그 시간을 그리워하리라고. 그래서 난 글을 썼다.
바쁜 다른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흉내 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