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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남 Dec 13. 2016

[소설] 내려놓음 70 카운트 다운Ⅵ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70 카운트 다운Ⅵ




 해프닝도 있었다. 나중을 위하여 지금까지 불편했었던 일들을 기록하며 빠뜨린 것은 없는지 검토하다가 그동안 몰랐던 것 하나 발견했다.

 ‘인간, 아니 생물의 근본적인 내밀한 욕구.’


 그럴 여유도 몸 상태도 아니었기에 생각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소위 텐트라는 것을 쳐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가 원인일까? 아니면 수술이나 병변과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부모님이 있거나 간호사가 있는 자리에서 말하기엔 부끄러웠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나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것도 전공의에게는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복도에서 전공의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쌤들. 궁금한 게 있어요.
곧 652호 가는데 그때 물어보시지.
사람들 앞에서 물어보긴 그런 게 있어서 그래요.
먼데요?
요즘 몸 상태가 좋다보니까 드는 뻘 생각인데, 저 입원한 이후로 한 번도 선 적이 없어요.
머 가요? 아... 그거?
이런 거 궁금해 하는 사람 처음이죠?
그쵸. 머...
환경적 영향이나 스트레스 탓일 거 같긴 한데 혹시 수술과 관련된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수술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환경적 영향 같고 시간 지나면 다 회복될 겁니다.
걱정되는데...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그러다가 수술부위 근처 혈관 같은 게 터지거나 그러면 어쩌죠?
좀 걸리기는 하는데 시간도 3주 지나서 회복도 다 되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평소에 보니까 그렇게 감정 기복이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살살해요. 그리고 이거는 의료진으로서 말씀드리는 거 아닙니다.
오프 더 레코드군요. 어떤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그 정도 눈치는 있죠. 조언 감사합니다.


 그 후 병문안 온 공보의 형을 통해 입수한 동영상을 통해 부모님의 감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성성을 확인한 뒤 문제없음을 전공의에게 알려드렸다.



 이렇게 이런저런 소소한 에피소드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가장 중요한 것이 해결되었다. 온종일 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때때로 의식의 흐름을 가로막던 ‘퇴원 문제’가 마무리된 것이다.


 퇴원문제의 관건은 내 몸이 항암제의 독성을 잘 견디느냐 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가 실시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실시한 첫 검사에서 다른 기준은 모두 통과되었지만 간수치가 높게 나타나 퇴원이 한 번 미루어졌었다. 그래서 다음 검사가 있을 때까지 심리 기법 및 침구 치료를 간의 기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실시했고 결국 두 번째 검사는 무리 없이 통과되었다. 지체 없이 다음날 퇴원이 결정되었고, 나는 아무도 없는 빈 방을 찾아내고 간만에 깨춤을 추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렇게 12박 13일의 재입원 생활, 그리고 ‘2월 29일부터 4월 8일’ 4년 같았던 40일의 병원 생활도 함께 끝을 맞이했다.





71 일상으로의 복귀Ⅰ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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