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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ul 05. 2017

아빠 왜 울어?

경상남도 김해시

역사와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성인 만학도를 가르치다 보니 정치 이야기를 잘못하게 되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젊은 세대들에서는 쉽게 공감이 이루어지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과는 쉽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저의 의견을 내지 않고 듣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대통령들이 잘한 점도 있고 못한 점도 있는데 유독 우리는 못한 것만 이야기할까? 우리가 선출했던 대통령들을 깎아내리는 것이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하는 의문은 늘 감출 수가 없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모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유와 근거 없이 무조건적인 비난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에게 아쉽고 화가 났던 부분이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과거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토론을 이끌어갔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김해 봉하마을을 도착하면서 가지게 되었던 여러 느낌들을  정리해보면 첫째로 많은 사람들이 몇 번씩 이 곳을 다녀간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봉하마을을 다녀간 것이 좋기는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둘째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 번째로 든 생각은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많이 있음에 놀라는 저를 보면서 정치권이 만들어놓은 세대 갈등이라는 편견 속에 갇혀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길이 닦여져 있어 봉하마을에 쉽게 갈 수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어린 시절에는 교통이 불편했던 시골 동네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복원된 대통령 생가를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엿볼 수도 있어고요.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이곳에 머물면서 많은 시민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소탈한 모습이 사진으로 많이 남아있습니다.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고 소탈하고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준 대통령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저 두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 아이들이 무언가를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대통령도 있었구나'

이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대한민국 지도자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던 소재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었죠.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제 자신을 많이 되돌아봤습니다. 위 사진에서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문구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키기 어려운 맹세를 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 희생을 감수하면서 비겁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저는 지금까지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합니다. 저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 어려움의 하나가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받게 되었던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탄핵 무효를 외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탄핵소추를 당했는지 아직까지 잘 알지도 못하고 공감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시민들의 뜻이 얼마나 무겁고 중한지를 정치를 하는 분들이 알고 나라를 위해 애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봉하마을의 노란 글씨의 여러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담아봤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실이었습니다. 무슨 이유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던 분이 도대체 왜? 얼마나 힘든 일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봐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그립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있으니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퇴임 이후 자연과 하나가 되어 소탈한 삶을 살고자 했던 그분의 뜻이 이렇게나마 작품으로 표현되어 전달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여러 유품과 사진 그리고 기록들이 정리되어 그분의 삶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멀리 노란색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서 해맑게 소탈한 모습을 느껴봅니다. 과거 노란색은 유치하거나 어린아이들을 표현하는 색이었는데 지금은 세월호나 촛불집회에서 시민의 뜻을 전달하는 색으로 바뀌어있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곳을 다니면서 왠지 모르게 저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저의 아이들이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아빠, 이건 무슨 사진이야?"

답을 해주어야 하는데 소리가 나지 않더군요.

제가 답을 해주지 못하자 저의 얼굴을 보던 아이가 다시 되묻습니다.

"아빠, 왜 울어?"

이 물음에도 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 답을 해주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며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부모들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왜 울어?"

역시 그 부모들도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마지막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묘소를 다 가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리워하는 곳이 봉하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였습니다. 현충원의 다른 대통령의 묘소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좋은 점을 기억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모든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잘못한 부분은 경계해야겠지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대통령 시절 많은 비난을 받았고 퇴임 이후에도 비난과 힐책은 그치지 않았죠. 그러나 얼마 전 돌아가신 후 많은 사람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좋은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칭찬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보다 너무 앞섰던 대통령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 있는 짧은 문구가 좋습니다.

많은 이야기보다는 그분의 뜻을 표현해서 좋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 좋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봉하마을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이번보다는 편안하게 방문을 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아이들을 통해 앞으로 변화될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 재미있을 것 같네요. 서로 내 생각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사회가 끝나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미래를 봉하마을에서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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