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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Mar 23. 2021

친일 극복 해답은 우리에게 있다.


유소년 시절 일본에서 보낸 하버드 교수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논문 제출로 연이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논문에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 내무성이 모집업자에게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만 일본군 위안부로 데려오라고 요구했고, 조선의 여성들이 스스로 위안부에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강제로 여성을 데려온 것을 조선 모집업자들로 일본은 아무 책임이 없으며, 오히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를 위해 계약 기간도 줄이고 임금도 더 많이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램지어 교수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나갔고, 하버드 공식 직함도 ‘미쓰비시 교수’다. 2018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적도 있어, 일본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외 많은 사람이 일본과의 관계를 꼬집으며 램지어 논문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램지어 교수를 보고 있자니 100여 년 전 을사늑약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조선에 가장 행복이라고 연설하다가 장인환‧전명운 의사에게 사살된 미국인 스티븐슨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시대가 달라졌어도 스티븐스와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램지어를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우리 대한민국 사람만 아니라 전 세계 교양을 갖춘 이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램지어의 논문이 편파적이고, 많은 오류와 증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일본은 국제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동시에, 훗날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말해도, 억지 주장과 고함치는 사람에게는 이기기 어렵다. 더욱이 나보다 힘이 더 센 상대라면 말이다.
 
현재까지도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를 기대하는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데도,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일본과 친일 세력에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옳으니까. 세상에는 거짓보다 진실이 무엇인지 보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친일파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광복한 지 7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친일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광복 이후 대내외적 문제로 친일파들이 권력과 부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계와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정당화하는 논리와 거짓 증거를 오랜 세월 접하고 배우다 보니, 이제는 친일파와 친일 행동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특히 한국인들은 정에 약하지 않은가? 상처를 입은 내 자신보다 가해자의 아픔을 더 걱정하는 민족이다 보니, 친일파의 뻔뻔함과 동정해달라는 행동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신종족주의와 같이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일본의 주장을 답습하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20세기까지 많은 한국인은 “한국 사람은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다. 때려야 말을 듣는다.”라는 말을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가 증오했던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 우리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다. 만약 모르고 하는 사람이라면 바르게 알려주고 잡으면 되는 일이지만, 고의로 일본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이라면 오늘날의 친일파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평소 우리는 문화와 역사에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위기에 닥치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으로 “대한민국”을 소리쳐 외친다. 젊은 세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철부지 같다고 일부 기성세대는 말하지만, 가까이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기성세대가 바로 잡지 못했던 일을 학생들이 바로 잡는 일이 많다. 과거 중국 교과서에 일본으로 잘못 올라간 것을 바로 잡은 것도 중국으로 유학 간 중학생이었으며,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를 운영하고 활동하는 많은 사람이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오랫동안 믿고 있던 사실이 진실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고 여기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지식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과 배움을 교환해야 한다. “나보다는 너희들이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다음 세대가 걱정된다면, 먼저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미래를 꿈꾸는지 들어보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를 과잉보호하여 수동적인 세대로 만들기보다는 그들을 믿어주고 도와줄 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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