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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Aug 23. 2022

박은식의 대표 역사서

박은식은 역사서 집필도 꾸준하게 이뤄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에 대한 기록을 담은 『안중근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박은식은 이 책을 통해 일제가 왜곡시킨 안중근이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동양 평화를 지켜낸 위인임을 강조했다. 


1915년에는 박은식의 대표 역사서인 『한국통사』가 중국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옛사람이 이르길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했으니 그것은 나라는 형(形)이고 역사는 신(神)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이 독존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이 통사를 저작하는 소이이다. 신(神)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形)은 부활할 시기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독립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분명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한국인에게 심어주고자 했다. 


『한국통사』는 고종이 즉위한 1864년에서 105인 사건이 벌어진 1911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일제의 침략과 그에 맞서는 독립운동사가 기술되어 있다. 박은식은 책 마지막에서 우리가 반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통사』는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외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도 일제의 눈을 피해 『한국통사』를 탐독하며 독립 의지를 불태웠다. 일제는 『한국통사』가 식민지 통치에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1916년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1925년 ‘조선사편수회’로 개칭)를 만들어 우리 역사를 본격적으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박은식은 중국에서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한 캉유웨이의 부탁으로 <국시일보>의 주간으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중국·독일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독립을 이루려는 신한혁명당 감독으로 선임되어 취지서와 규칙을 만드는 일도 했다. 


상하이에서 대동보국단 단장으로 취임한 박은식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요청으로 1918년 우수리스크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곳에서 <한족공보>의 주간을 맡아 우리가 나아갈 바를 신문에 기술하는 한편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강의했다. 


그와 함께 『발해사』와 『금사』를 한글로 번역해 연해주가 옛 발해의 영토였음을 한국인에게 알려,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순국한 이준의 행적을 기록한 『이준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박은식이 조직한 대한국민노인동맹단은 1919년 모든 한국인의 피를 끓게 만드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냈다. 당시 박은식은 61세 노구였던 만큼 젊은이들처럼 현장에서 독립운동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노인들이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뒷받침하자는 목적으로 대한국민노인동맹단을 만들었다. 

이 단체에 소속되어 있던 강우규가 서울역에서 제2대 총독으로 부임하는 사이토를 향해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벌여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적으로 독립에의 열망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박은식은 다시 상하이로 이동해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와 상하이 임시정부 그리고 서울의 한성정부를 통합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도왔다. 


독립운동의 기반이 마련된 만큼 원로인 자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잘 운영되도록 뒤에서 돕는 게 옳다고 여겼다. 그래서 1884년 갑신정변부터 3·1운동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20년까지의 독립운동사를 다룬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집필해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고자 했다. 


박은식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서구의 역사기록 방식을 도입해 주제·사건·사실별로 구분해 기술했다. 책의 상편에서는 구한말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일제의 침략과 수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편에서는 국내외의 독립운동을 설명했는데, 그중에서도 3·1운동의 전개 과정 및 일제의 만행을 중점적으로 고발했다. 또한 간도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 청산리대첩을 설명한 뒤, 일제의 보복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던 간도대참변을 기록했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중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우리의 독립운동을 소개한 기사를 제시해,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며 반드시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한국독립운동지혈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기록한 역사서가 아니었다. 일제를 상대로 독립을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한국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박은식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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