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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자 May 28. 2019

꼼꼼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글

이런  그물 같은 디테일을 봤나



<디테일의 서막>

품의를 올린다. 최근 6개월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는 원자재 단가 변동 내역이다. 팀장이 나를 부른다. 환율은 얼마로 했는지, 기간은 얼마로 세팅한건지, 사용량 기준은 얼마나 한건지 묻는다. 총알이 나에게 쏟아진다. 아차하는 순간이다. 그걸 다 적어놓고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그리고 안 적어 놨으니 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나의 입에서 한 문장이 씁쓸하게 나온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인해 보겠다는 말은 지금 모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런 디테일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귀찮아서 일 수도 있고, 바쁘게 일하다 보니 내가 만든 데이터의 기준을 그 때만 적용하고 잊을 때도 있다. 어떻든 조직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효과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 문서에서 궁금함이 생기는 건 완전성이 결여된 것이라 봐도 된다. 서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상사의 궁금함이란 총알을 잘 피하기 위해 우리에겐 디테일이 필요하다.




<궁금하지 않도록>

상사가 궁금해할 수 있을 만한 모든 것을 넣고 시작하는 게 디테일의 핵심이다. 상사가 뭘 궁금해할진 일정 기간동안 같이 일해봤으면 알 수 있다. 이걸 올리면 분명이 이걸 궁금해할텐데, 귀찮아서 올리지 않으면 처음 내가 적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보고서를 다시 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방향 설정이 잘 이뤄져야 이중 작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어진 일을 제 시간에 마치고 집에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막히는 건 자신에게도 손해다.


그래서 디테일은 상사의 성향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상사가 지금까지 나에게 추가로 요구한 데이터들의 특정한 방향이 내가 디테일에 에너지를 써야 할 방향이다. 이 사람은 금액을 중요시 한다든지, 이 사람은 다른 세부적인 조건을 중요시 한다든지 하는 특정 방향이 드러난다. 맞추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부딪치게 돼 있다. 입으로 떼우거나 싸워서 이기는 방향도 있지만, 그는 나의 상사가 아니겠는가? 결국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상사도 자신의 상사가 특정한 방향으로 챙기기 때문에 나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해해줘야 한다. 디테일을 잘 챙기면 업무에 기름칠을 할 수 있다.




<실행력에서 나오는 디테일>

디테일은 생각난 것을 챙기는 실행력에서 나온다.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철학적 명언이 있다. 우리는 어떤 업무 과제를 받았을 때 생각한다. 어떤 부분이 업무 수행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떤 부분이 내가 지금 모르는 부분인지 알 수 있다. 어디서 근거를 찾아야 하는지 모호한 경우가 있다. 이런 예상되는 문제를 챙겨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은 챙기고 넘어가야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기도 하고, 설사 그걸 상대방이 몰라보더라도 자신은 자신 안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격에도 자존이 있듯이 업무에도 자존이 있다. 그리고 그 자존의 출발점은 디테일이다.


이런 디테일을 챙기려면 업무를 접했을 때 생각나는 점을 하나씩 다 적어본다. 손으로 적어도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메모를 좋아해서 아웃라이너인 워크플로위에 업무 제목을 적은 후, 구조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고민을 적어 놓는다. 이런 예상 장애물을 생각하고 나서 업무를 진행하면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설마 이것까지 챙기겠냐는 것들을 챙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업무 과정을 기록해놓으면 시간이 지난 후, 비슷한 업무를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스스로 데이터베이스를 잘 구축해놓는 것이 향후 내 업무 생산성과 효과적인 업무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서비스 마인드의 실천>

디테일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그냥 하던대로, 혹은 기본적인 정보만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변하지 않는 게 가장 편할 때가 많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죽은 것이며 업무나 시장 상황이 변하는데도 과거와 같은 정보만 제공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디테일은 서비스 마인드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도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조금 덜 헤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가 디테일이다.


디테일도 근육이다. 하면 할수록 같은 수준의 디테일을 챙기는 데 힘이 덜 들어간다. 운동과 비슷하다. 챙기면 챙길수록 더 챙기고 싶어질 것이다. 운동도 개인의 습관이 되듯 디테일도 챙기게 되면 중독적인 맛이 있다. 그런 디테일을 챙길수록 업무의 퀄리티, 속도, 상대의 만족감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결국 내 업무의 퍼포먼스와 연결된다. 물론 디테일의 수준은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 우리는 완벽주의자가 아닌 완료주의자가 돼야 한다.




<디테일 예찬>

디테일은 직장 생활의 윤활유이자, 생각나는 것을 챙길 수 있는 실행력을 원천으로 하며, 서비스 마인드의 실천 결과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디테일을 연습하면 개인적인 일에서도 효용을 얻을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실제 효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기획이고, 기획의 뒤엔 디테일이란 무기가 숨어 있다. 이런 디테일이라는 무기를 갖춘다면 회사 생활도 개인 생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조금 더 즐길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품의 한 줄에 담긴 디테일을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이 대리, 이거 확인해봤어?"

'오늘은 어쩐지 당신이 나를 안부르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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