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을수록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쉬워진다.
몇살이나 먹었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30대 초반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타인에 대해 감내하는 똘레랑스가 없어지며 나의 맘에 들지 않는 것들,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선 이별도 선언하지 않은채 김광석의 노래에 나오는 청춘처럼 점점 더 멀어져간다.
내 경우엔 비록 30대 초반이지만 결별의 대상 중 크게 다가오는 것이 친구이다.
이전엔 그냥 같은 학교 출신이고, 같은 전공이라 만나고 어울렸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 점점 말이 안 통한다.
너와 나의 같았던 세계는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주위 사람들이 바뀌면서 사람도 변해간다.
너의 주위가 나였고, 나의 주위가 너였는데 너무 쉽게 변해간다.
이런 변화에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대화를 나눌 게 없는 사이끼리 모여서 할 이야기도 없다.
대화의 시도를 안해봤을지도 모르지만 달라진 세계 자체에 대한 이질감은 상당하다.
그저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건 과거의 추억들을 파는 것,
아니면 직장이나 연애 얘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등이다.
기본적으로 맞는 사람이 잘 없는 사람이라 줄어가는 친구의 숫자에 두렵기도 하다.
결혼을 할진 모르겠지만 또 결혼을 할 때 친구가 너무 없으면 그러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현재는 결혼을 할 상대도 없고 마음도 없으니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또 다가오지 않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게 인간인가보다.
아무튼 나는 많은 친구들과 결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