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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자 Jun 14. 2017

회사를 쓰다 - 2차는 자유

서브텍스트의 비밀

​내가 하는 말은 말이야. 하는 말 그대로가 아니야. 니가 잘 알아 먹어야 해. 내가 말하고 싶은건 이건데 저걸 말할거야. 왜냐하면 니가 이걸로 알아차리길 내가 원하기 때문이지. 내가 왜 그걸로 말하냐 하면 이걸로 말하면 내가 면이 안서기 때문이야.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 부장의 마음 (Feat. 회식 1차의 끝)



​오랜만에 한 부서 회식이었다. 부장님 인사말씀이 있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2차는 자유롭게 하시면 된단다. 이 말을 몇번 반복했다. 이 때부터 약간 불안했다. 저 말의 서브텍스트는 무엇일까? 계속 그 말을 하니 더 불안하고 불안하다.




​불안은 현실이 된다. 저걸로 알아먹은 과-차장 급들은 사원-대리 2차 동원에 앞장 선다. 대리인 나는 현실로 다가온 부장의 그림에 저항하기로 했다. 나는 부장이 이걸로 그린 그림을 통해서 탈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장이 말한다. 집에 가실 분들은 가시면 됩니다. 네. 차장이 물어본다. 2차 안가고? 네.




​다들 망하는 물귀신 부대이다. 나는 인간이라 귀신이 되기 싫어 탈출한다. 퇴근 시간 이후의 내 인간적인 삶을 찾기 위해서이다. 집에 가면 할 것도 많은데 이 귀신들은 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나도 같은 귀신이 되길 원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귀신인가 보다. 그들도 회사라는 곳에서 인간으로 살던 때가 있었을까?




​아니라고 말 못하는 사회인 회사가 싫다. 집에 가고 싶은데 집에 간다 하지 못하는 그들에 둘러쌓인 내가 싫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마음이 이랬을까? 나는 율빈국을 향해 근두운을 타고 탈출했다. 자유아닌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당신의 말 위에 있는 뜻을 읽고 나는 움직였고, 귀신들은 말 아래 있는 뜻은 읽고 물에 같이 빠졌다.

 



오빠 나 집에 안 갈래의 부장 Ver.

그냥 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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