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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자 Jul 11. 2017

회사를 쓰다 - 그와의 국밥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 하니 속이 후련하냐?

점심 직전이었다. 과장님이 갑자기 점심 먹자고 한다. 단 둘이서. 웬일이래?


우리 과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같은 팀이지만 거의 남남으로 살아왔다. 다른 팀 있을 때도 되지도 않는 자기 업무를 남에게 넘긴 적이 있었고, 담배 피우러 자리를 비우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팀내에서)


그리고 아주 더러운 아이템을 나에게 떠넘겼고, 나는 1년 정도 그에게 적대감을 비췄고, 우리 사이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그런대로 1-2년을 살아왔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국밥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음식점에 도착했고, 국밥을 먹으며 쓸데 없는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 먹는 동안은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분명 할 말이 있는거 같은데 왜 아무말이 없쓰까? ... 하면서 밥을 먹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밥 다 먹고 경치가 좋다며 평상에 앉자 한다.

뭔가 할 말이 있는거 같은데 안하니 답답했다.


갑자기 팀장님 얘기를 하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러다 자기의 본론이 시작된다.


의지를 가져라 : 과장님이나, 의자에 대해 의지를 좀 가지세요. 담배 피러 계속 자리 비우지 마시고.

시간이 없다는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 퇴근시간까지 얼마 안남았는데 시간이 많으신지?

회식이나 주말 모임도 좀 잘 참여하고 : 나의 주말은 회사에서 보내기 싫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은 기한을 지켜서 했으면 좋겠다. (뒤에 가서 생각해보니 이게 핵심이다)


알겠다는 투로 그냥 듣고 있었다.

나의 침묵에 알아 먹은줄 아는지 이제 들어가자고 한다.




들어가는 길에 더 가관인 대화가 펼쳐진다.


과 : 출근을 10분만 더 일찍하면 안되겠냐?


나 : 안되겠습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을 지키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과 : 임원보다 늦게 오는건 아니쟈나~~ 고참들이 다 앉아 있는데 니가 제일 늦게 오는거에 대한 생각이 어떠냐?


나 : 신입 땐 업무 준비도 해야 해서 일찍 왔는데 지금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팀장이나 이사 중에 누가 뭐라 했습니까?


과 : 아니


그게 맘에 안들었나보다. 그건 안될거 같다고 했다. 앞에 말한걸 알았다고 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웃으며 한방을 날렸다. 

뭘 그렇게 한번에 쏟아내십니까? 

과장님은 더 있는 듯이 아니라고 얼버무리며 차를 몰았다.




이후에 돌아와서 촉을 발휘해 상황을 파악해 보니 그의 사정을 알 것 같았다.


나에게 떠넘겼던 아이템의 향후 사업 전략을 짜는게 있었다. 연초부터 지긋지긋하게 시달렸던 기억이 남아 있다. 마침 그가 그 공장으로 출장을 가는데 그 문제가 쟁점화 돼서 본부장이 갔다와서 보고를 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는 내가 세운 전략을 공부하고 가서 대책도 수립해 와야했다. (안해도 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빡쳤고, 국밥을 먹자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쌓였던 불만을 쏟아냈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못했고 순간퇴사(퇴사학교에서 나온 핫한 퇴사 매거진)를 더 열심히 읽게 됐다.


사람은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적극적 행동을 떨치게 되나보다


돌아와서 갑자기 이것저것 나에게 잡일을 시키는데 지금 내 일도 많은데 부담스럽다.

팀내 업무분장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아님 다시 당신에게 싸늘해지거나.




교훈 :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과장이 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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