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18. 수영장

by 생산적생산자

수영장

힘겹게 밥을 먹고 나서 조금 더 잤다. 1~2시간 정도 더 잤을까? 일어나니 친구는 마카오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수영 이외엔 정해진 스케줄이 없었다. 스케줄이 없는 게 허전하기도 했지만, 여유 있어서 좋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인간은 참 이중적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너무 좋아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다. 상대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하자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게 인간 존재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본 내용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좋아한다. 오직 사랑이 우리 인생의 목적이 아닐까?


여행 와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여행은 자체로 여행자에게 에너지를 주지 않는다. 평소에 쓰지 않는 온갖 신경 세포를 곤두세워야 하고 시간에 예민해야 하고, 주위 환경의 변화와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반대로 일상은 단조롭고 재미없지만 안전하다. 여행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이고, 만나는 사람들도 새로운 사람들이고,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선택을 한다. 일상은 정보가 많고 생각이 많다. 하나의 의사결정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정보를 찾아본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얻고 불편해한다. 그런데 또 정보가 없이 움직이는 상황도 싫어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11시쯤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은 3층에 있었고, 밥 먹고 미리 가서 이것저것 물어본 상태라 삼엄하지 않은 감시를 뚫고 수영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다만 수영모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려는 것 같았으니 머리가 짧아서 될 거 같다고 했고, 내 머리가 산발이라 머리를 안 감았다고 생각했는지 샤워를 하고 들어가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구석에 있는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는 척하고 수영장으로 입성했다.


수영장은 25m 정도의 길이였고 레인으로 치면 3개 정도의 레인 폭을 가진 수영장이었다. 2명의 나이 드신 분들이 수영하고 있었다. 거의 앞으로 나가는 듯 마는 듯 하면서 수영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들어가서 허우적기리기 시작했다. 친구는 이전에도 수영을 배운 적이 있고 최근에 다시 수영을 시작해 움직임이 유연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방학 동안 배운 수영 기술과 삼수할 때 3주 정도 배운 실력으로 수영을 지금까지 해나가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도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25m는 거뜬하게 갈 수 있으나 가고 나면 너무나 힘들다. 수영은 정말 지구력 운동이다. 혼자서 재미로 하다 보면 운동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집 근처 수영장에 한번 놀러 간다는 게 몇 년간 미루고 있다. 갑자기 수영장 하니 삼수할 때 3주간 다녔던 수영장 기억이 난다. 아침에 운동하고 집에 오면 잠이 너무 와서 공부하다가 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수영 때문에 어깨가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에 수업을 같이 듣던 처자가 한 명 있었다. 수험생활 시절에 수영하러 가서 한 사람을 보는 게 삶의 하나의 낙이었다. 당시에 친구도 그 수영장에 다녔는데 우리는 그녀를 천사라고 불렀다. 하늘색 수영복을 입었고 청순했던 그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사람도 이제 나이가 들고 결혼을 했을까? 참고로 나는 미혼이다. 내가 적은 글을 내가 읽다 보면 과거의 어느 순간을 탐닉하고 있게 된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향기를 맡을 때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어떤 일상의 단서 하나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런 초대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처럼 기쁠 때도 있고, 성림거에서의 추억처럼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살아온 삶 아니겠는가?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도, 나쁜 것만 기억하는 것도 삶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인생은 그 인생 자체로 아름답고 살만하다. 오겡끼데스까


호텔 수영장으로 다시 장면을 돌려보면 어르신 한분이 팔 모양도 이상하게 하면서 수영을 하는데 끊임없이 수영했다. 거의 멈추는 시간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지구력이 정말 대단했다. 팔모양을 보면 앞으로 나갈 모양이 아닌데 발차기가 경쾌해서 앞으로 잘 나가는 것 같았다. 그걸 보면서 불같은 열정도 필요하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가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5m 한번 가면 헉헉대면서 쉬는데 그분은 느리게 가면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갔다. 수영 거리를 생각해보면 나보다 훨씬 길 것이다. 수영장에서 인생의 교훈을 느끼고 우리끼리 수영 대결을 했고 나는 졌다. 샤워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카지노 2차 방문

그리고 수영장 갔다가 다시 한번 슬롯머신을 당기러 카지노에 갔다. 각자 100 홍딸을 갖고 했다. 사람들이 없는 기계에 앉아서 했는데 잭팟이 터졌다. 나는 베팅액이 3달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약 70배의 배당이 들어왔다. 100달러로 시작해서 화면에 찍히는 금액이 300달러가 됐다. 돈이 막 솟아나는 장면이 너무 짜릿했다. 딴 돈은 환전하고 나서 친구가 하는 걸 구경하다가 나머지 돈을 환전하고 나왔다. 200달러 정도를 땄으니 밥값 정도는 마련한 것이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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