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생각보다 강한 걸 잊지마세요.
첫 출근 한 날의 9시간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왜 내가 내 새끼를 핸드폰으로 쳐다보고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이 그 어떤 이유를 갖다대도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까. 뭐 좋자고 다시 복직해서, 이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하는지. 엿 같은 현실에 한숨만 푹푹. 둘째 날도, 셋째 날도 다르진 않았다. 매일 밤 자는 네 모습을 보며 고통 속에 심장을 부여 잡았으니.
육아, 그리고 일. 즉,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무너지고 그걸 받아들이는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공존’ 할 수 있다는 명제 자체가 틀린 것이었다. 둘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사는 말한다.
네 인생을 살아가라고.
이 세상에 생명을 내어준 것 만으로도 너는 네 할 일을 다했단 것을.
맞는 말이다.
100번 맞는 말이나,
일하는 내가 아닌 엄마인 나는 그 말을 도저히 소화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냉정히. 엄마인 내가 계속 일터에 불쑥 들어서면, 일을 할 수가 없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9시간 내내 죄책감 속에 있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란다면? 즐기는 수 밖에. 몰입하는 수 밖에.
1년의 텀은 별 것도 아니었다. 다시 복귀하는데 걸리는 시간 단 일주일. 그러니 겁먹지 마시라. 휴직 하는거, 별거 아니다. 뒤쳐졌어도, 금방 내 페이스를 찾는다. 비교하지 말라. 그들과 나의 현실은 다르다. 나는 나의 최선을, 그들은 그들의 최선을 하는 것일 뿐이다.
생각보다 아기는 강하다. 또 적응해간다. 내가 24시간 붙어 있는다고 오은영 박사님처럼 대단한 육아를 하느냐? 못한다. 여전히 인내심이 바닥나 짜증을 내고, 다그치고, 죄책감 느끼고. 챗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삶 속에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 처럼 더 큰 것을 볼 수 없다.
일을 하러 나오니,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아기에게 집착했었는지 보인다. 칼같이 자는 시간을 지키고, 밥을 먹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난 듯 초조해하고, 옆집 아기가 하나라도 더 하면 내가 뭘 모자르게 하진 않는지 성급해진다. 지난 30년 마냥 육아도 쫓기듯 해왔다.
가끔은 덜 자도, 덜 먹어도, 재미없게 놀아도, 불안해도 괜찮다. 다만 지금이 36개월 이전인 것이 마음이 쓰이지만, 잠깐 떨어져도 괜찮다. 정말.. 미디어에서 떠들어 대는 것 처럼 36개월 이전에 엄마가 직장가서 일한다고 아기가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어른으로 자라는거 아니다.
마음이 불편하나, 일을 하니 아기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조금씩 비축된다.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는 점은 인정하자 우리. 10분이라도, 30분이라도 집중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 그것이 우리 워킹맘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첫 날은 초조했고, 한 달째 되던 날은 무던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새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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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처한 현실 속에서,
각자 Do my best를 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