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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ght Hawk Jun 13. 2022

대혼돈의 메타버스

관광버스, 멀티버스, 그리고 메타버스

1. 관광버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든지 알 만한 신신애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의 도입부다. 이 노래를 듣는다면 관광버스를 타고 몸을 흔들어제끼는 아저씨 아줌마가 생각난다.

 
‘요지(池)’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신선계의 연못 이름이다. 주 나라 목왕이 곤륜산에 이르러 신선계의 성스러운 여신인 서왕모라는 선녀를 만나 요지에서 연회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듯 요지는 만나기 어려운 신비롭고 기이한 곳을 의미한다. ‘요지경(池景)’은 이처럼 신비롭고 기이한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아래 사진과 같이 두 개의 작은 창을 통해 필름에 있는 다양한 사진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상자로, 해외에서는 View Master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이 장치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 안에서 보이는 상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왜곡되어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그저 코믹한 콘셉트의 노래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어 보니, 그저 웃으면서만 들을 수 없다. 요지경 속에 보이는 상(像)이 일그러지듯,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고 일그러져 있는지를 풍자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요지경 (View Master)




2. 멀티버스


 올해 개봉했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시네마 세계관(일명 MCU)을 크게 확장시켜준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이세계(異世界)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메리칸 차베즈’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괴물에게 쫓기는 채 등장한다. 아메리칸 차베즈는 마블의 다양한 세계관, 다시 말해 멀티버스를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캐릭터다. 괴물은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차베즈의 능력을 노리고 있었고, 둘은 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둘은 결국 괴물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스트레인지는 차베즈의 능력을 괴물에게 빼앗기는 것보다는 본인이 그 힘을 통제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며 차베즈를 죽이고 그녀의 능력을 빼앗으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괴물의 공격에 가슴에 관통상을 당한 스트레인지. 곧이어 괴물이 차베즈의 팔다리를 포박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발생한다. 때마침 차베즈의 능력이 발동하며 그녀는 극적으로 다른 세계로 탈출한다. 차원 이동을 통해 넘어간 세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가 살고 있는 그 세계다. 


 그리고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메리칸 차베즈와 함께 여러 멀티버스를 옮겨가며, 아메리칸 차베즈의 능력을 노리고 있는 메인 빌런과 상대해나가는 스토리로 전개가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메인 빌런의 정체는 직접 확인하시라.)


https://youtu.be/mI9oyFMUlfg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공식 예고편 / 출처 : Marvel Korea 공식 유튜브 채널


 영화 속 멀티버스들은 각각의 세계에서 서로 비슷한 듯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이 멀티버스들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세계다. 하지만 차원을 이동해가면서 이 세계의 누군가가 타 세계에 영향을 주는 순간, 그들의 세계는 어긋나고 일그러지게 된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풀어나간 작품은 2021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한 왓 이프...? 시리즈다. 『왓 이프...?』는 ‘만약에 스티브 로저스 대신 페기 카터가 캡틴이 되었다면?’, ‘만약 울트론이 어벤저스를 이기고 세계를 지배했다면?’과 같이 우리가 아는 MCU의 스토리들을 약간 비틀어낸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왓이프?’에 등장하는 가장 핵심인물은 다양한 멀티버스를 관찰하고 있는 와쳐라는 캐릭터다. 와쳐는 이름에서부터 보이듯 철저한 관찰자로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보고 있지만, 절대 그 세계에 개입하지 않는다.

 https://youtu.be/D_Nq7F5hyGc

『왓 이프...?』공식 예고편 / 출처 : Disney Plus Korea 공식 유튜브 채널


3. 메타버스


 또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 작년 초부터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수없이 듣고 있는 단어다.
 수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메타버스!’를 외치며 이 버스에 탑승하고자 하지만, 그 누구도 명확하게 ‘메타버스’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어차피 아무도 제대로 못하는 거, 내 관점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메타버스(Metaverse)를 영단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초월(Meta)세계(Universe)다. 즉, 현실을 넘어서는 어딘가를 의미하고 ‘가상현실’로 쉽게 이해된다. 


 많은 기업과 단체들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현실에서 행해지던 다양한 사건(Event)들을 ‘가상현실’에서 그대로 계승하여 행하려 한다. 메타버스 박람회,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메타버스 신년회, 메타버스 오피스 등이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메타버스의 사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수십, 수백만 원의 가격을 지불해가며 메타버스 기술력을 상징하는 VR기기를 구매한다. HMD(Head Mount Display)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어릴 적 보던 ‘요지경’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를 뒤집어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상현실’에 접속하여 실제 현실에 있는 다른 사람과 실제 현실처럼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기존 세상과의 ‘독립’이다.
 와쳐가 바라보는 세상이 요지경 속 그림들처럼 일그러져 보일지라도 그 안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절대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공간은 현실의 내가 그 안에 개입하게 되는 순간 그 가치를 상실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네트워크 기술을 동반한 상상을 통해 가상세계에 ‘연결’을 하고자 할 뿐, 그 세계를 현실세계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요지’를 통해 현실과 신화를 오가던 중국의 고대 전설 속 왕과 같이,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판타지 장르의 서사를 가진 다른 세계관 속에서 현실의 나와는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현실에서는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다양한 행위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메타버스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제대로 정의하지 않는 불명확하고 어지러운 ‘대혼돈의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메타버스가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다른 독립적인 세계관을 어떻게 구축하고 아메리칸 차베즈가 가진 능력처럼 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어떻게 편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연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 두산백과
사진출처 :

썸네일 - Pixabay
View Master 사진 : Flickr - Steve Berry (https://www.flickr.com/photos/unloveable/2433721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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