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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밥 Jul 22. 2024

HRD, 비대면과 대면하다

ubob insight




인간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며,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져 인간의 3대 욕망인 소통, 탐험, 성취가 흔들리고 있다.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욕망을 더 넓고 깊게 펼쳐 나간 호모사피엔스로,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고 빠르게 새로운 방식, 비대면의 시대를 거쳐 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서 대면이 가능해진다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에 우리가 빠르게 익숙해진 비대면 경험은 사라질까? 비대면 기술, 비대면 콘텐츠가 일상과 배움의 환경을 더 많이 바꿀까? 현재와 앞으로를 대비해 비대면 연결기술에서 비대면 콘텐츠로의 시대, HRD가 비대면과 어떻게 대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 보자.


먼저 비대면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 다수소비자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노베이터는 새로운 것이 나오면 제일 먼저 사서 쓰는 사람들로 전체 인구 중 3% 정도이다. 특징은 자신의 사용 후기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것이 나오면 수용하고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 후 어떤 점이 좋고, 나쁘고, 낫고, 고쳐지면 좋겠는지 등등 주변에 관련 사용후기, 정보를 퍼뜨린다. 팬데믹 이전, 즉 2019년까지 '비대면'은 이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오늘날 일상에 친숙하고 대중화된 줌(Zoom), 웹엑스(Webex), 팀즈(Microsoft Teams)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이미 있던 비대면 서비스이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에는 얼리어답터들만이 주로 이용하던 수준이었다.


얼리어답터 곡선에서 빈 틈이 벌어진 부분이 케즘(chasm)인데, 이 케즘을 넘으면 큰 집단, 다수 소비자가 등장한다. 다수 소비자를 합치면 68%(시장의 3분의 2가 조금 넘는 수치)이다. 이 집단은 다시 두 집단으로 나뉜다. 전기 집단 34%, 후기 집단 34%이다. 그리고 이 다수 소비자 다음에는 지각수용자라는 집단, 즉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집단이 뒤따른다. 팬데믹 시작 전, 2019년까지는 얼리어답터가 비대면 서비스를 사용하고 전파하려 했지만 전파가 수월하게 되지 않았다. 대면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 적응이 불편했고,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교육은 대면을 통한 효과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의 3대 욕망인 소통, 탐험, 성취가 억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에 필수적 요소가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케즘을 넘어왔다. 전기 앞부분까지 이동해 왔다고 본다. 이제는 다수가 비대면에 익숙해진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면이 다시 가능해지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학습, 경험의 존재이다. 세계 어디서든 원격으로 회의하는 등 시간과 장소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비대면 서비스의 장점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연령층이 비대면 기술을 강제로 경험하며 연결되었다. 대면이 가능하던 시기에는 불편하고 번거로웠을 장애를 기꺼이 넘어서고 적응하게 된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케 한 장점을 인간이 알게 됐기 때문에 팬데믹이 끝나도 그 이전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상의 100%를 비대면으로만 살아갈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대면, 비대면이 혼합될 것이다. 일상에서 대략 최소 50~70% 정도가 비대면이 주류가 되고, 오히려 대면은 일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교육 현장을 바탕으로 '대면'을 '권력'과 연관하여 보자. 대면으로 교육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을 떠올려 보면 교수자가 공간의 앞에 서 있고 학습자는 교수자를 바라보며 모여 앉아 있다. 각각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시선의 각도가 생긴다. 따라서 교수자는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힘을 교육 시간 내내 갖는다. 교수자가 원하는 대로 학습자가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수자에게 권력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교수자가 원하는 대로 학습자가 따라오는 것이 과연 교육에 있어 득만 될 것인가?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자면 아니라는 쪽에 기운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학습자가 배움의 중심에 서야 하고, 교수자는 주변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교수자가 원래 사용하던 시간, 공간의 문법으로는 학습자를 중심에 세우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타파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바로 비대면이다. 우리는 이제 비대면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또 비대면의 어떤 부분을 하나의 원칙으로 여겨야 할지 논의하고자 한다. 비대면에서 가능한 '가능성'과 장점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가 빠르게 마주하고 익숙해진 비대면을 깊이 이해하고 좀 더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기


인간은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는데,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로 분류할 수 있다. 대면으로 진행하는 학습 현장에서는 사회적 자아가 주로 드러났다. 하지만 비대면에 진입하면서 개인적 자아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 자아는 사회적 자아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아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개인적 자아의 특성이다. 사회적 자아를 드러내는 대면 교육과 달리 개인적 자아를 비출 수 있는 비대면 교육의 장에서 그동안 감춰 왔던 개인적 자아를 더 끌어내는 경험을 마련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지식보다는 공감에 집중


교육은 지식과 공감을 전달한다. 교재에 텍스트로 실린 선언적 지식들이 '지식'이고, 문제를 풀어 가는 절차적 지식들이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두 방향성의 지식과 공감을 대면 상황보다 비대면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더불어 비대면을 통해 교실에서 끌어내기 어려운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이는 비대면 교육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타 부서, 고객, 또는 떨어져 있는 파트너 등 그들이 어떤 느낌을 갖고 있고 어떤 프로세스에서 일을 하는지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시뮬레이션이나 롤플레잉 등으로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초월한 실재감을 주자


실재감은 사회적 실재감과 물리적 실재감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실재감은 우리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물리적 실재감은 그 공간, 그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다. 실재감은 공간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대면 상황에서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실재감을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실재감을 꼭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대면에서 다양한 시각적・청각적 자료를 활용할 수 있고 덕분에 평면적인 강의실에서 대면 교육을 진행할 때보다 더 초월적 실재감을 느끼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지고 있다.






VR, 3D가 아니어도 좋다


비대면에서 몰입감, 실재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VR 또는 3D 기술을 접목할 필요는 없다. 물론 VR은 교육 현장에서 짧은 시간 내에 몰입감을 줄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나 많은 인원이 참여해야 하는 비대면 상황에서 모두가 VR을 머리에 착용하고 상호작용하기는 어렵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낯설다면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 오락실이나 PC게임으로 했던 롤플레잉 게임과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뤘던 싸이월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여러 실험 결과에 의하면 평면일지라도 내 아바타가 보이고 상대방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우리가 한 공간에 있다는 사회적 실재감은 물론 물리적 실재감을 충분히 느낀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반드시 복잡한 기기나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핵심은 어떤 뛰어난 기술을 활용하는가가 아니라 비대면 상황에서 나, 동료 학습자, 그리고 다른 교수자 사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이를 통해 얼마나 몰입(immersive)된 경험을 할 수 있느냐이다.





                                                    

함께 창작하며 배우게 하자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Z가 론칭한 플랫폼 <제페토>의 특징 중 하나는 그 세계 안에서 3D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VR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 모두 자신만의 아바타를 가지고 친구들과 대화하고, 내 방을 만들고 꾸밀 수 있는 제페토에서 굉장히 독특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실제 국내 기업들이 제페토라는 플랫폼, 가상 세계에 들어가 전시장을 만들고, 미래 연구실 청사진도 보여주는 등 기업 홍보를 진행하는 시도이다. 눈여겨볼 또 다른 시도는 제페토에서 가상의 공간에 무대를 만들고 아바타에 배역을 맡겨 드라마, 영화를 찍는 것이다. 글로 일기를 쓰던 시절에서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즉 유튜브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이 활동을 입체적인 영상으로 함께 만들어 가며 이야기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제페토에서 이 작업을 최초로 시도한 학생의 꿈은 드라마 작가, 감독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꿈을 이루기 위한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연습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이자 휴대폰 속에 있는 세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꿈을 이루는 해결책이었다. 이런 시도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로블럭스, 마인크래프트 등의 플랫폼에서 역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하였고, 이에 착안하여 아예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전용 플랫폼도 등장하였다. 라이벌 픽(Rival Peak)이라고 하는 인터렉티브 드라마 플랫폼으로, 이 플랫폼에는 열두 명의 아바타가 있는데 매주 투표를 통해 전세계에서 수천 명, 수만 명의 생각이 모아져 그 다음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구조이다.


대면 공간, 물리적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을 때보다 메타버스, 비대면 상황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교류하는 데 유리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메타버스, 비대면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디자인하는 게 좋을까?'이다.






빼기보다 더하는 경험을 주자 (미션-피드백-리워드)


대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비대면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 하나는 고립감과 지루함이다. 모니터 안에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거나 특정 공간에 놓인 아바타가 보이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션-피드백-리워드 순환구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학습자가 비대면 상황에서 공간에 들어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록을 만들어 그 미션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가 미션을 수행하면 명확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미션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완료하였고 추가적으로 어떤 것을 더 해야 하는지 등 현재 상황을 학습자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 후에는 리워드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 리워드는 물질적이지 않아도 된다. 화면상에 나타나는 성취도 레벨, 배지, 포인트 등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학습자에게 스스로 지금까지 학습을 잘해 왔고 잘 완성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마치 하나의 세리머니처럼 보여줄 수 있도록 장면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 콘텐츠를 만드는 여섯 가지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을 드러나게 하자

2. 지식보다는 공감에 집중하자

3. 초월한 실재감을 주자

4. VR, 3D가 아니어도 좋다

5. 함께 창작하며 배우게 하자

6. 빼기 보다는 더하는 경험을 주자


대면, 비대면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 아니다. 우리는 대면과 비대면 상황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앞서 말한 여섯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대면, 비대면 각각의 상황에서 배움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메타버스, 비대면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디자인하는 게 좋을까?'이다.
 
-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김상균 교수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박사
-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교육공학과 Research Scholar
- 現)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現) 게임문화재단 이사
- 現) 게임물관리위원회 정책자문단
- 現)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리터러시' 담당 교수
- 現)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자문교수
- 現) 강원도인재개발원 교육훈련심의위원회 위원
- 現)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재개발자문단 위원
- 現) 게임문화포럼 게임인식개선분과 분과장
- 게이미피케이션 교수법 강연 및 워크숍 진행
- 다수 기업 및 공공 기관 자문 (삼성, LG, GS, 현대 등)
- 저서 『메타버스』, 『게임인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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