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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밥 Aug 19. 2024

'준비될 자'와 '준비된 자'

ubob insight


‘인재 전쟁(human resource war)’이다. 단순한 쟁탈전 수준으로 치부하기에는 규모와 양상이 남다르다. 인재 전쟁은 정보화시대가 펼쳐진 1980년대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총성만 없을 뿐 더 격렬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기업들은 말 그대로 총력전이다. 인재 유치와 활용이 계속기업(going concern) 존속 조건 중 하나가 된 지 꽤 오래되었으며,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인재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천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경영’이 고공행진 중이다.


거듭되는 산업혁명에 힘입어 인재 기준이 진화하고 있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의 지식이 비교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면서, 상대적 우열의 결과물인 성적 중심의 ‘Best One’이 모두의 부러움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자리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한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 하나인 ‘이봐, 해봤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사의 첫 관문인 채용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지식의 대체재로 ‘경험’ 또는 ‘경력’이 급부상했다. ‘길을 아는 것’ 중심의 공개채용에서, ‘길을 걸어 본’ 경험을 우대하는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트렌드이다.


경영환경이 바뀌었다.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빠른 속도이다. 두려움을 넘어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빠른 변화는 교육주체를 ‘기업주도’에서 ‘자기주도’로 전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은 스스로 학습(learning)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치 빠르고 말 잘 듣는 ‘준비될 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이봐, 해봤어?’라는 경험을 탑재한 ‘준비된 자’를 찾는데 동분서주한다. 더 이상 동질성과 획일성의 대명사였던 ‘두더지잡기 게임’은 인사부문에서 설 땅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준비된 자’가 대접받을 수 있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첫째, ‘변화 속도’이다.


3차 산업혁명시대까지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산술급수적 변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도가 비례하는 기하급수적이다. 덧셈 방식의 산술급수적 변화는 조금 늦어도 대처 가능했다. ‘준비될 자’와 기업교육의 양성(training)을 통해 방어 가능한 수준이었다. 곱셈 방식의 기하급수적 변화는 ‘적기(right time)’를 놓치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존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무섭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즉각적 대응이 어렵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경험하고 있고,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해지는 21세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지식’보다 ‘경험’이나 ‘경력’으로 무장된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둘째, ‘소비시장 변화’이다.


소비시장 중심축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바뀌었다. 공급자 중심의 제품에 기대었던 ‘공급자 우위 소비시장’은 막을 내렸다. 이제는 소비자 우위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계형 소비’에서 ‘자기다움형 소비’ 또는 ‘가치 소비’로 패턴이 변했다. ‘우리’라는 이타적 소비보다, ‘나’ 중심의 이기적 소비가 봇물 터지듯 생성되면서 ‘편백족’, ‘일점호화(一點豪華)’와 같은 소비 관련 신조어가 탄생했다.

소비시장에 ‘판매’ 대신 ‘체험’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소비자 가치를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지갑 여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소품종 대량생산’은 다양성보다 동질성과 획일성이 우선이었으며, 제품 선택의 절대적 기준으로 가격을 내세웠다. 대량생산은 정해진 규칙을 잘 준수하고 눈치 빠른 인재를 선호했다. 어제까지는 맞았던 이치나 진리가 오늘은 달라지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익숙함이나 ‘라떼문화’로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기에 버겁다. 만인이 사랑하는 라면은 500여 종이 넘는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가치 소비’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새로운 질서의 촉매제이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경험을 두루 섭렵한 응용력 강한 인재가 ‘일머리’ 있는 인재로 손꼽힌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한 때이다.




셋째, ‘예측 가능성’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현안은 학문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설명하기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몇 년 후의 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변수가 많아지면서 불확실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 거듭되면서 예측 관련 알고리즘 체계가 더욱 견고해졌고, 예측력의 질적 수준이 훨씬 탄탄해졌다. 제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펼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아졌으며 전방위적으로 흩어져 있어 예측을 더 힘들게 한다. 변수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예측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어제의 지식으로 내일을 예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챗 GPT도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급기야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을 폐기처분하기에 이르렀다.



넷째, ‘자산의 형태’이다.


지금까지는 제조 중심의 규모 경제가 대세였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그 방증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자산이자 생존의 열쇠이다. ‘인재경영’이 연일 상한가를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과 아마존은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이내 기업이다. 제조기반 유형자산이 아닌,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영위하는 무형재 중심의 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레버리지(leverage) 용도가 바뀐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종전에는 공장 부지 구입 또는 제조시설 설치를 위해 타인자본을 조달했다면, 지금은 핵심인재 채용과 유지에 활용된다. 자사 소유 숙박시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행객을 하나로 연결하는 ‘에어비앤비’,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 소비와 정보시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구글’과 ‘아마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떼문화’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영환경을 ‘준비될 자’로만 대응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형국이다. 다양성이 대세이다. ‘Only One’이다. 지식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덧대어 차별화된 지혜로 승화시키고, 유연성과 열린 사고를 소유한 ‘노마드(namad)형’ 인재가 바로 ‘준비된 자’이다. 준비된 자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사’이다.


‘인사만사(人事萬事)’의 3대 요건은 ‘적재(right talent)’, ‘적소(right position)’, ‘적기(right time)’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이 기업이다. 종전에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동질성 또는 유사성으로 묶으려고 ‘관리(managemen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21세기는 다양성은 더욱 차별화되도록 독려하고 획일화된 것은 독특하게(unique) 돋보이도록 지원(support)하는 곳이 인사분야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내는 곳이 조직이라고 피터 드러커는 정의했다. 그 한 가운데에 인사가 있다. 우리 기업의 인사는 과연 몇 점일까? 스스로 인사부문에 대한 건강검진을 해 보자. 다음 칼럼에서는 ‘준비된 자’를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박창동 박사

-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HRD) 박사
- 現) ㈜잡담 경영연구원 원장
- 現) 한국표준협회 경영HR센터 수석컨설턴트
- 現) ㈜한국경영인증원 노사관계 심사 전문위원
- 現) 한국능률협회 시니어랩 전문위원
- 前) KDB금융대학교 교수

- 前) KDB산업은행 부장(KDB아카데미원장, 전임교수단 단장 등)
-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2023)>,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2021)>,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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