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형 인재
2016.07.29. 호구에서 해방되던 날
그때는 내가 호구인 줄 몰랐다.
나는 인재이고,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일 열심히 해서 업계에서 성장하고 싶었다.
그곳이 내 인생의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며 다녔다.
업무가 몰리고 몰려도 날을 새 가며 다 해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3번을 쓰러지고 나니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생일에 퇴사라는 선물을 주었다.
업계 12년 차.
지금 그때의 나를 돌아보니
나는 호구 중에 개 호구였다는 걸 깨달았다.
내 것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회사를 위해 그렇게까지 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이를 먹고, 회사 경력이 쌓이다 보니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내가 그때 더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회사에서 인정받겠다는 욕구 속에서
굳이 손을 꽉 쥐고 있지 않아도 되는 걸
너무 움켜쥐느라 내 손이 상하고 있는 줄 몰랐던 거다.
열심히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내가 우선이다.
나의 건강한 정신, 건강한 체력이 우선이다.
나를 먼저 지켰어야 헸다.
나는 전 직장 퇴사 마지막 날까지 혼자 남아 야근을 했었다.
나는 참 바보처럼 끝까지 호구 짓을 했다.
책임감이 엄청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건 과도한 거였다.
퇴사를 한 후 종종 이전 직장에 대한 소문이 들렸다.
내 자리에 1년 동안 4명이 입사와 퇴사를 줄줄이 반복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직원들 간의 불화로 회사가 나누어졌다는 얘기까지.
어찌 보면 나는 더 불행해지기 직전에 잘 탈출했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고통과 아주 크나큰 교훈도 얻었다.
덕분에 '개호구형 인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닌 '평범한 인재'가 되었다.
나는 더더욱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