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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Jan 03. 2023

결혼식 날엔 행복할 줄 알았지?

설림과 행복보단 걱정과 두려움이 컸던 날


"00야 정말 축하해~
이제 하루 남았네. 지금 엄청 행복하겠다! 많이 설레지? 너무 좋겠다.
내일 누구보다 가장 예쁘고 행복한 신부가 되길 바라~"



내가 미혼이었던 시절, 결혼하는 친구한테 식 전 날 이렇게 문자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신부'라는 당사자가 되어, 결혼식 전 날을 겪어보고 나니

설렘과 기대감이라는 행복한 기분보다는 걱정과 긴장이라는 두려운 기분이 더 강하게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식 날이 되면 혹시나 날이 춥진 않을까 눈이 내리진 않을까 날씨부터 신경 쓰게 되고,

오겠다고 했던 지인들이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낼 때면 혹시나 결혼식장이 텅텅 비지 않을까 별의별 걱정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결혼한 주변 지인들이 조언해 주기로, 결혼식 당일에는 '참석 못 해서 미안하다'라는 문자가 연속해서 올 수 있으니 멘털을 잘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

2022년 12월 17일.

나는 이제 결혼식을 해본 경험자가 되었다.

그리고 느꼈다.

이미 결혼식을 올린 신랑 신부들은 정말 대단한 선배들이었다는 걸.

그 많은 선택 속에서 모든 것들을 결정한 사람들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두 신경 썼던 사람들이고,

식이 끝나고 나서도 무슨 선물을 줘야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들이라는 걸.


내가 청첩장을 돌리던 날.

결혼한 지 5개월 된 친구가 그 청첩장을 소중하게 한 자 한 자 읽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 청첩장은 그저 결혼식 초대장의 의미를 지닌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디자인과 글귀를 고심하고, 청첩장을 접고, 봉투에 넣고, 스티커까지 붙이는 과정이 담긴 신랑 신부의 정성이 깃든 카드였음을 깨달았다.


-

역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던가.

나는 결혼이라는 과정을 한 단계 넘기면서 또 한 번의 경험치에 대한 성장을 이루었다.

앞으로는 결혼을 앞둔 친구한테는 아마도 이렇게 문자를 보낼 것 같다.


"그동안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지금은 행복과 설렘이라는 감정보다는 걱정과 우려라는 감정이 더 클 테지만 식이 끝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정말 수고했고, 앞으로의 행복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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