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합친 지 45일 만에 각 방을 쓰게 됐다(feat신혼)

나는 안방 남편은 거실

by 유별
오빠 나 밥 좀 차려줘


에어컨을 켜고 잔 탓일까.

약간의 몸살끼와 체기가 함께 있어 전 날 퇴근하면서 죽을 사들고 집에 갔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니 역시나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목은 아프고 기침도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남편한테 밥 좀 차려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전 날 사간 죽을 데워주었다.

나는 속도 안 좋아 그마저도 다 못 먹고 온몸에 근육통까지 있어 병원을 다녀온다 하고 서둘러 나왔다.


원래 목적은 이전처럼 수액 한 번 맞고 약 처방받고 집에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전과 다르게 코로나 검사를 해야지만 수액을 놔줄 수 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있던 환자들 모두 줄줄이 코로나 확진을 받는 것이 아닌가.

'나는 설마 코로나겠어~' 하는 생각에 약만 처방받고 가려다가 남편이 그래도 검사받고 수액 맞고 오는 게 낫지 않겠냐 하길래 결국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나는 병원에서 코로나수액이라는 걸 맞고(아마 일반 수액에 비타민을 넣은 거 같다) 집으로 향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관사가 있기에, 나는 남편에게 코로나가 나을 때까지 관사에 가서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남편은 관사는 좁고 낡아서 그런지 그냥 집에서 출퇴근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합친 지 45일 만에 각방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안방. 오빠는 거실.

얼마 전에 손님 방문 대비용으로 여행용 매트를 사다 놨었는데 여행용 매트가 이렇게 쓰일 줄이야...



나는 칼킹 사이즈 침대를 혼자서 일주일간 자유롭게 사용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려 울리던 남편 알람 소리도 안 들렸고, 남편의 코 고는 소리도 없었다. 이불 쟁탈전도 없었고, 자기 전 유튜브도 마음껏 틀어서 보았다.


아~ 편하다!


그나저나 이제 몸도 회복되었고, 다시 남편이 안방에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내가 쓰던 이불을 세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은 거실에서 자고 있다.


이불 말리는 것도 시간 걸리는데 주말에 여유 생길 때 이불 빨래 해야겠다.

아직 일주일의 자유가 남았다. 큭큭.


근데 오히려 남편이 계속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는 거 아니 닌지 모르겠다. 남편의 거실의 자유. 허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