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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Oct 04. 2023

엄마는 주면서도 눈치를 보신다

이거 더 줄까?

이거 가져갈래? 안 가져가? 가져가서 먹지 왜~
그래 알겠어. 이건 빼지 뭐~


추석명절에 친정과 시댁을 다녀왔다.

서울로 올라오는 당일 양가 어머님은 계속 물어보신다.

"이거 가져갈래? 저것도 가져가. 안 먹을 거 같아? 왜 안 가져가. 이거 좋은 거야~ 가져가"


이것저것 챙겨주신다는 걸 남편은 남편대로 거절하고, 나는 나대로 거절하기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는 집에서 거의 밥을 안 먹는데,

챙겨주시는 반찬들은 금방 상해서 못 먹을까 아깝고,

비싸다는 과일도 기차를 타는 우리로서는 가져가기 부담스럽기에 괜찮다며 말씀드린다.(시댁은 부산이다.)


엄마도 어머님도 더 주고 싶어 하시는데, 주면서도 자식들 눈치를 보신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죄송스럽게 거절하는 우리의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친정은 차를 가져갈 수 있는 거리라 무거운 짐에 대한 부담이 적어 시댁에서보다는 좀 더 많이 챙겨 오는 편이다.

엄마는 남편 목감기에 뜨끈한 국이 필요하다며 국도 끓어주셨고, 대하며 주꾸미며 평소에 잘 먹지 못한 식재료들을 집에 갈 때 가려가라며 냉동실에 잘 보관해 두셨다.


남편과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큰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차에 싣었다.

가방은 묵직했다.

우리는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서울로 향했다.


30분 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국이랑 대하랑 주꾸미가 냉동실에 있네!!!!! 아이고 깜박했어! 어쩐다냐~"


아쉬워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 한편이 좀 짠했다.


어렸을 땐 '받는 기쁨'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을 보니 '주는 기쁨'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식들에게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은 부모님 마음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다음에 서울로 올라올 땐 냉동실을 꼭 잘 살펴봐야겠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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