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이 결석했으면 좋겠다
눈도 많이 내리는데 오늘은 좀 쉴까?
23년 12월 마지막 주는 눈이 정말 펑펑 내렸다.
밖에 나가기가 무섭게 눈이 쌓였고, 추위도 강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도 취소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할 판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23년 12월 30일(토) 오후 2시 나는 필라테스 마지막 시간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취소하고 이불 뒤집어쓴 채 집에 있고 싶었지만,
1:1이기도 하고 이미 약속을 해 놓은 상태라 옷을 차려입고 슬렁슬렁 장소로 움직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눈 오는 날 나 진짜 운동도 안 빠지고 너무 멋있어. 최고야! 오늘 예약하고 안 오는 사람 많겠네~'
스스로 자화자찬하면서 나에게 칭찬 백만 가지를 해주었다.
필라테스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사 세 분이 계셨는데, 세 분 모두 가르치고 계신다.
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데, 원장 강사님이 얘길 한다.
"오늘 눈 진짜 많이 내리죠?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데 오늘 회원님 중에 취소하신 분이 한 분도 안 계세요."
와~ 정말 다들 책임감 있고 성실한 어른들이었다.
나만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걸어오는 내내 스스로 칭찬하면서 왔는데, 그 칭찬 나눠줘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웹툰에서 나왔던 스토리가 기억난다.
비가 엄청 내리는 날 강사님은 회원님이 취소하길 바라고, 회원은 강사님이 늦길 바랐는데 그 둘은 제시간에 잘 도착하여 결국 열심히 PT를 했다는...
서로 하기 싫은 마음은 일맥상통하였으나, 그들이 가진 책임감은 그것을 넘어섰다.
멋지다. 으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