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유산
임신 맞네요. 축하드려요.
우리 부부는 나이가 좀 있는지라 자연임신이 안되면 시험관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3월 중순 임신 4주 차임을 확인했다.
너무 감사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기뻤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5주 차에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보자마자 얘길 한다.
"난황이 작아도 너무 작아요."
상담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는 예후가 좋지 않음을 미리 직간접적으로 말씀 주셨다.
그렇게 일주일, 일주일, 일주일.
매주 병원을 다니며 아이의 성장속도와 크기를 확인했다.
대부분 7주 차에 초음파로 우렁찬 아가의 심장소리를 듣는다는데, 나는 심장이 반짝이는 것만 보고 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한 주만 더 기다려보자는 말에 또다시 두려움과 설렘을 갖고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 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를 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기의 심장 뛰는 게 줄어들고 있어요. 출혈도 있었는데.. 지금 유산 진행 중인 상태예요."
내가 경험하고 나니 생각보다 초기 유산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 중 이 글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어 글을 써본다.
"초기유산은 태아 염색체 문제이기 때문에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자책하거나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잘못되지 않았다면 심장소리까지 듣고 기형아 검사 시 발견되어 문제가 되었을 거다.
그때 넘어가서 태동을 느낀 후 유산소식을 접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혹시 이 때도 넘어가서 출산까지 간다면 부모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좀 더 건강한 아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지금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는데 좀 더 신경 쓰자.
그리고 이제 잘 준비해서 건강한 아이를 맞이하자"
어렸을 땐 결혼하면 당연히 임신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는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임신이 되었더라도 출산까지 혹시 모를 일들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게 산모의 마음이었다.
두렵고 떨리는 과정을 거쳐 아이의 탄생이 이뤄진 거였다.
이번 일을 통해 슬픔도 너무 컸지만, 다시금 엄마의 위대함을 느꼈다.
어서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