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둘 다 결혼을 안 했기에 명절이 되면 가벼운 몸(나 혼자만 챙기면 되니까)으로 파주를 가곤 했다.
그러다가 4년 전 엄마의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를 다녀온 뒤부터 설이나 추석명절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베트남, 태국, 중국 등 아시아권 위주로 다녀왔는데, 해외여행은 코로나가 커지기 전인 작년 1월 태국이 마지막이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패키지가 최고였다.
새벽잠이 없으신 부모님의 바이오리듬을 고려했을 때 8시부터 시작하는 패키지여행은 부모님께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내 입장에서는 관광지나 교통, 식사 관련해서 사전에 굳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기에 가족여행은 무조건 패키지로 다녀왔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명절엔 다른 시기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거였는데, 그래도 이때 아님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날이 없기에 우리 가족은 명절을 적극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왔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공항 C게이트 앞에서 보자
여행 당일. 출국하는 날, 우리 가족은 사전에 어디서 만날지 정해놓고 각자의 집에서 출발했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부모님, 아들, 딸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설레는 맘을 안고 공항으로 향하곤 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수학여행 온 친구들 마냥 매우 반갑게 만났다.
공항이라는 곳은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는 만남의 장소였다. 그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곳.
가족과의 여행은 행복했다.
3박 4일 혹은 3박 5일 정도의 여행을 통해 그동안 함께 못 찍었던 가족사진을 찍고, 같이 식사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모터보트 타면서 신나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식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엄마의 즐거움을 보기도 하고, 미래의 여자 친구와 오면 좋은 여행지를 사전 답사한다는 의미에 있어서 오빠에겐 흐뭇한 여행이었다. 나 역시 복잡한 도시생활과 지친 회사생활에서 벗어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 오면 시간이 짧음을 느끼며 아쉬워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했다. 여행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젠 가족과도 헤어져야 함을 알리는 신호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가족은 각자 파주, 당산, 강남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이때의 공항이라는 곳은 우리 가족이 흩어지는 헤어짐의 장소가 된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공존하는 곳.
이렇게 우리 가족의 여행은 공항에서 만나 공항에서 헤어짐으로 마무리를 해왔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가족여행은 꿈도 못 꾼다. 아쉽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가족여행은 안 가도 좋으니 어서 결혼하여 손자와 손녀를 더 바라실지도 모르겠다. 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