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한국은 수돗물이 상당히 깨끗한 나라이다.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무방하다.
해외에 나가면 가장 고생하는 것이 이 ‘물’인 사람이 많은데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단기간이면 어느 정도 참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장기체류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는,
공짜인 물을 왜 돈 주고 사 마시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물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물을 굉장히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식사 중에도 보통 3잔 이상을 마시고 과일도 수박과 같은 수분이 많은 종류를 특히 좋아하는 성향이 있었다.
또한 한 겨울에도 항상 찬 물만.
정점에 이렀던 것은 군 복무가 끝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여름에 훈련소에 입대했던 필자는 인생 처음으로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함과 함께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하는 지옥을 경험했다.
훈련이 힘들다기보다는 찬 물을 마실 수 없는 것은 여느 때보다 힘든 일이었다.
이후 물에 대한 집착이 더욱 커졌는데 일본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한국에서 마시던 물과 비슷한 맛의 물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물을 마셔보기 시작했지만, 본인 취향의 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일본에서는, 아직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필자의 주변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한국인은 본 적이 없었다.
물론 필자도 일본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고 여러 가지 물을 경험해보고 약간의 지식을 얻게 되었다.
물은 무색,무취, 무미라고 하지만,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
특히 목을 넘어갈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른데 가뭄 같은 가운데 찾아낸 물이 있었다.
볼빅(Volvic)
프랑스산 물로 비싼 편은 아닌 물인데 지금까지 마셔 본 물 중에 가장 필자의 취향(?)으로 목 넘김이 좋았다.
문제는 이 물이 편의점이나 자동판매기에서 자주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후.
상자 단위로 사재기(?)를 시작했고 외출할 때에도 물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을 마실 때의 편안한 느낌.
먹는 것에 별다른 까다로움이 없던 필자가 처음으로 까다롭게 된 것이 물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끝.
일본에서 볼빅의 공식 수입 판매가 중단되어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1년분의 물을 대량 구입했지만 상자 안에 남았던 마지막 한 병을 마셔버린 순간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직 완벽히 비슷한 맛의 물을 찾지는 못했지만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물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