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6
지진.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말일 수도 있지만, 국내 지진도 2010년 이후로 잦아지기 시작해 2016년 경주 지진은 상당한 규모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지진이 상당한 곳이 많고, 특히 지진이라 하면 일본을 뺄 수가 없다.
일본에 있을 때는 항상 지진을 경험하고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가졌지만 필자가 경험한 가장 큰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이 때는 일본에 살고 있을 때도 아니고 더 화이트 라이브 투어가 끝나 돌아가는 날이 3월 11일이었다.
호텔을 나와서 오모테산도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진이 시작됐고, 본능적으로 잠깐 일어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건물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서 차도로 피난했고,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의 지진이 일기 시작했다.
지하철은 전부 운행 중지가 되었고 택시도 잡을 수 없었다. 호텔까지 1시간 반 정도를 걸어서 간신히 도착했을 때는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빨리 나가라고 독촉을 받았다.
짐과 악기를 가지고 1시간 정도를 헤매고 있었는데 이미 당일 공항까지는 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당시 그나마 필자만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할 수 있는 멤버가 없어 필자의 책임감이 엄청났고 모두의 생명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다시 안 것이지만 3월임에도 바람이 엄청나게 강했고 추웠다.
쓰나미로 인한 칼바람이 불었고 주변 호텔들은 퇴근시간이 겹쳐서 비어있는 곳이 없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구석에 있는 호텔들을 찾기 1시간, 지진으로 욕실이 부서져서 쓸 수 없지만 방 하나가 남아있어 일단 들어갔고 뉴스에서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묵고 있는 호텔도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잘 수가 없었고 공항까지의 버스, 택시예약을 하려 했지만 어디든 할 수 없었다.
사실 전날까지 일본 공연을 담당했던 현지 코디네이터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차로 공항까지 이동시켜 줄 것을 부탁하려 했지만 후에 알았지만 귀찮아서 연락두절했던 것. (후에 연을 끊었다)
어쨌든 새벽부터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노선 하나가 움직인다는 뉴스가 나왔고 재빨리 호텔을 나와 역으로 향했다.
당시 멤버들에게 당부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밖에서 대화하지 말 것
관동대지진 때, 사회의 불안을 조선인들에게 돌리기 위해 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일어날 일들을 대비해 행동을 조심하게 했고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한 후에 몇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 전원분의 다음 날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다.
여진이 계속 오는 상황에,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아 국제전화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일본 관계자들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공항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지만 무사히 전원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할 수가 있었다.
이후 필자 본인에게도 여러 가지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데 곡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세와 극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것.
그 의지가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곧 일본에 거주하면 활동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았고 활동을 결심했다.
당시 여진이 계속 있었고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부모님도 만류했지만 필자의 의지에 결국은 응원을 해 주셨다.
지금도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상당히 큰 지진이 일어나 이 일을 계기로 생존물품을 구비했다.
비상식량
생수
부탄가스, 버너
건전지, 스마트폰 충전용 배터리, 태양열충전배터리
자가발전라디오 겸 랜턴
산악용 플래시 (50m 이상 빛이 도달)
일회용 화장실팩
드라이버 등 소형공구
도쿄지도
주요 데이터 소형 하드디스크에 백업
홋카이도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있었을 때, 기지국의 전기가 끊기면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있었다. 2011년 당시도 경험했지만 사용자가 폭증하거나 기지국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나 인터넷은 쓸 수 없다.
따라서 넓은 범위에서 유일하게 사용가능한 것은 라디오이고 TV는 소형이라도 전지소비량이 크고 DMB가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일단 일주일은 전기 수도 가스가 끊겨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계획했고 건물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탈출용 가방을 준비해 두었다.
나머지는 살아남을 운이라고 생각한다.
살기 시작한 10년 간 크고 작은 지진들이 일어났고 대지진이 온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고 있지만 지진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인다.
일본에서 산다는 것은 이 점을 알고 살아야 하고, 최악의 상황도 한 번 즈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필자와 같이 혼자 해외에서 살아가는 상황이라면 더욱.
다른 에피소드에서 소개할 예정이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이라는 전제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 한국인들과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의 차이가 큰 부분이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