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1
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
크게 이 세 가지로 구성된 일본어는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존경어가 복잡하게 발달한 언어다.
구성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말하는 이와 상대에 따라 존경어를 쓴다는 점은 한국어와 비슷해 다른 언어권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이다.
필자는 업무로 만나는 이들은 연령, 선후배관계를 막론하고 경어를 사용한다.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거리’를 두기 위함도 있다.
물론 한국처럼 초면에 나이를 묻는 일도 거의 없다.
활동 초기에는, 일본어가 서투른 외국인 특권(?)으로 다소 경어가 서툴더라도 문제가 없었지만 활동이 길어지고 사회자활동을 하게 되며 경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없으면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갔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경어 사용은 우선 가장 큰 차이가 있는데, 한국어는 말하는 이와 화제의 주체에 의해 경어가 정해지지만 일본어는 말하는 이와 듣는(전달받는) 이에 의해 경어가 정해지므로 상대방이 누군가에 따라 경어를 변경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뭐 이런 정도이니, 당연히 업무관계를 중요시하는 일본에서는 모두가 경어를 사용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웬일.
새파란(?) 예능인 중에 반말로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선후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이도.
선배임을 아는 데도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이도 출현했다.
필자는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상대방이 반말을 쓰던 쓰지 않던 경어를 고수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탤런트로서 깍뜻한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도 있지만 일관계로 알게 된 이들과 쉽게 친해져서 약점을 잡히기 싫다는 의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초면에 경어를 쓰지 않는 상대에는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인으로 만나는 성인들이 반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일이라 생각한다. 존경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를 존경해야 하고 무례로부터는 무례가 돌아오는 것이 이치다.
그런데 일본에서 긴 시간 활동하며 특이한 부류를 알게 되었다.
어린이처럼 말하는 젊은 여성
이 부류는 예능인에 한정한다.
일반 사회생활에서 이처럼 했다가는 매장당할 수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상대방이 누구든 무조건 반말로, 마치 5~6살 정도의 어린이처럼 말하는 여자 예능인이 상당수 존재하며 인기를 끌며 다른 이들도 이에 대해 화를 내지 않는다.
예능의 세계에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함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성인 여성이라도 어린이처럼 말하며 백치미를 발산하는 캐릭터가 상당히 인기가 있다.
친밀하고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설정이라 생각되만,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이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연기다. 그것도 고도로 계산된.
이런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탤런트들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실례가 되지 않는 미묘한 선에서 캐릭터 자체로 웃음을 선사한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매장당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남성 탤런트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일본 특유의 미묘한 설정이다.
해외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이며 남자인 필자는 깍뜻하게 경어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예능에서 적절한 반말의 사용은 친근함을 유도하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