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내어주고 눈물을 핥아주던 내 친구 레오
우리 레오가 처음 집으로 오던 날을 기억해요.
인천에서 당산을 넘어가는 다리 아래에서 3개월 된 레오를 처음으로 안은 건 나였지요. 마침 아빠가 담가두신 더덕주를 답례로 드렸어요. 처음에는 너무나 당황했답니다. 코카스파니엘이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3개월이라는데 크기가 이미 이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깜순이보다 더 컸어요.. ;;;;;;
저는 물건이나 동물이나 첫눈에 반해버리면 오래 함께해요. 우리 레오도 그랬어요. 크기는 좀.. 많이 컸지만,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지요.
레오가 청소년’개’기가 지날 즈음,
아빠가 입원하실 일이 생겼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사료통을 한가득 채워 놓고 병간호를 갔지요. 그래서인지 레오는 평균 잉글리시 코카스파니엘 보다 조금 더 컸어요.
코카스파니엘은 악마견 중 하나라는데,
우리 레오는 정말 멋진 신사였어요.
자르르르르 ~ 아름다운 윤기를 자랑하는 멋진 털에
아빠 옆에서 딱 달라붙어 차분히 멋지게 걷는 매너 있는~ 젠틀견이었지요.
사실, 악마견이란 타이틀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요. ㅎㅎㅎ
저는 비염을 치료받기 전까지 우울감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늘 머리가 답답하고 꽉 찬 느낌에 살다 보니, 예민한 사람이 더 예민해지고 살기가 힘들었죠.
우울하거나 혼자 훌쩍거리고 있으면 우리 레오는 제 등에 기대어 체온을 나눠주었어요.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면서 저를 위로해주었죠.
정말 저에게 최고의 친구였어요.
자취를 나오게 되면서 가장 아쉬운 존재는 바로 레오였어요.
레오를 못 본다니....
... 미안하게도 다른 사람보다 우리 레오를 못 본다니, 너무 아쉽고 슬펐죠.
결혼을 하고 '엉'이와 '뚱'이를 키우고 아이 둘을 키우고.. 그러다 보니 레오의 존재가 너무 작아졌었나 봐요.
...............................
그래도 가끔 가면 꼬리를 흔들고 나를 반겨주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 레오는 이빨도 없고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안 보이고... 바로 앞에 음식을 둬야 먹고 잠을 자다 흐느껴 울고 그랬데요.
' 아.. 차라리 죽으면 레오가 편할 텐데..'라는 생각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새벽에 레오가 자다가 죽었다고 지금 화장 중이라고..
아.......... 놀라긴 했어요.
그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레오에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잠을 자려다가 참아왔던 슬픔이 밀려오네요.
내 친구, 내 진정한 친구, 나를 위로해주던 유일했던 내 친구가 너무 늙어버려서 나보다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조금 더 안아줄걸.
쓰다듬어 줄걸.
이쁘다 해줄걸.
나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한 달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도록.
고마웠어. 친구야.
무지개다리 건너 신나게 뛰어놀고 행복하길 바래.
나중에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