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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10. 2022

정말 조기교육이 필요한 것은

소중한 당신

 얼마 전 동네에 알고 지내는 분을 따라서 워터 풀장엘 갔다. 그분은 장박으로 캠핑을 즐기시는 분이라 이미 4 가족 정도와 연을 맺고 있더라. 아이들까지 삼삼오오 모여서는 자신들끼리에 세상으로 역할극 놀이를 하기에 바쁜 듯 보였다. 워터 풀장엔 우리 딸 빼고 모두 친구인 듯 보였다. 딸아이는 처음 느끼는 아싸 에 기분을 느껴본 것인지 내 다리만 붙잡고 여러 애들에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옆에 다른 아이가 놀다가 물이 튀면 울고, 밀쳐져도 울고, 물총 맞아도 울고, 나도 짜증이란 게 밀려왔던지 애꿎 주변 아이들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밤늦게 집에 갈 채비를 하려고 봤더니 물세례를 받았던 애들이 다 뛰어나와 환송해 줘서 놀라긴 했다.)


지금까지는 많은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왔다. 어린이집, 유치원 동네 친구들까지,,, 인지능력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관계 속에서 자라던 아이라 그런지 어지간이 어색했나 보다. 얼마 후  딸아이에 기나긴 낯가림 시간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물놀이를 즐기는 단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혼자 놀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는 잘 노는 것을 보니 주변 친구들과 잘 놀았으면 했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어렸을 적 생각이 문득 났다. 부모님은 이런 새로운 환경에 내가 놓이게 될 경우 하시던 행동이 있었다. 그 무리 중에 나이가 젤 많은 대빵을 찾는 일, 그리고 동생이니 잘 봐달라는 말과 함께 내 소개를 시키신다. 굳이 서열까지 정해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관계 속에 순위라는 것까지 다 정해주셨다.


"형아들이랑 이제 놀아"

"엄마 어디 가요~~?"

"엄마 저기 가서 친구들이랑 밥 먹을 거야 배고프면 와~!"


이렇게 몇 마디 하시고는 시크하게 어른들에 무리로 사라지곤 하셨다. 아들이라 그런지 좀 깨지고 터지고 자라는 것을 당연스럽게 생각하셨으니 이 정도만 해도 많은 배려를 해 주신 편에 속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형아들과 새로운 관계 속에 어색하게 놀기도 했다.


사실 그랬다. 누군가와 장벽을 깨 보는 것도 본인이 해야 하는 몫이고, 그런 관계에 장벽을 허물기 싫으면 혼자도 놀 수 있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본인에 몫인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관계에 동물이고 혼자 살 수 없다지만 자신만에 시간이 없어도 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젠 안다. 나는 그렇게 관계 속에만 머물기 위해 자아를 숨겨야 했고, 자신이 무엇을 맛있어하는지 조차 남이 먹고 싶은 메뉴 뒤에 숨겨야 했던 지나버린 세월이 한심하게까지 보인다.


이런 관계 속에 자신을 두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딸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관계를 벗어나, 또는 이런 관계가 자신을 가두는 수단이 된다고 느꼈을 때 과감히 벗어던지고 혼자도 즐길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꼭 누군가에 위로가 아닌, 자신에 아픈 곳은 자신이 제일 잘 알기에,,,


하지만 혼자만에 시간이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외로움이 바라는 것일 뿐 결국에는 자멸에 길을 걸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만에 시간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관계 속에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낯가림만 하던 우리 딸아이는 물속에서 3시간을 놀았고 그만 놀자고 빌다가 아빠는 지쳐 쓰러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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