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잊히는 과정

소중한 당신

by 눈 비 그리고 바람

당장은 뭐라도 써야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숨을 쉬고, 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 중 최악에 시나리오만 가져왔다. 내가 원했던 상황은 이런 것이 아니다. 끼니까지 거르며 생각을 이어갔던 이유는, 지금 보다 못한 경우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도 지금보다 좋을 것이란 확신을 얻기 위함이었다. 지금처럼 31가지 부정적인 맛만 골라 담아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모든 사유의 권리를 머릿속에 넘겨준 것부터가 잘못이다. 난 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숨고 싶었다. 그냥 내가 아니고 싶었다. 지금껏 나를 관찰하던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다. 답답한 마음을 뒤로한 채 이제는 알려 줬으면 했다. 훈수는 싫다고 하면서도, 어디선가 손이 튀어나와 나를 밀치고 대신 살아줬으면 싶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불이 모두 꺼진 아파트 형체만을 겨우 가늠할 때, 그때가 되어서야 조용히 나를 깨어 줬으면 좋겠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 잘 차려진 삶에 숟가락만 얻어도 되도록 말이다.


사실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치열하게 살더라도, 마음껏 쉴 수 있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 넓은 세상, 긴 세월 속에 어찌 내 몸하나 편히 가눌 곳이 없단 말인가? 언제까지 시간이 약이라는 말만 달고 살아야 할까. 이제는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한없이 가라앉는 감정과 존재감을 애써 외면하려 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 몸과 마음에 흉터가 그대로 남아, 그간 겪어온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가늠할 뿐이다. 성한 곳에서 흉터를 찾는 것보다, 흉터 속에 성한 곳을 찾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제는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글이라도 써야 했다. 반복되는 목소리를 담아야 했다. 토시 하나 허투루 흘리지 않고 머릿속 울림을 그대로를 받아내야 했다. 읽고 또 읽는다. 고치고 또 고친다. 흐르는 눈물이 멈출 때까지, 하얀색 종이 위에 쓰고 있는 이 글이, 글에서 끝나지 않고 삶에 대한 태도와 다짐을 맹세할 때까지 쓰고 지우고 반복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으면 잠을 잘 수도, 일어날 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분명 쉼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격하고 거칠게 살았던 만큼 쉬어야 했다. 쉬는 방법을 모른다면 마음에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잘못된 고집은 아집이 될 뿐이다.


시간이 주는 치유에 힘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안다.

흉터는 영원히 그 흔적을

지우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안다.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

방법이 틀렸다면, 인정하고

다시 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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